최근들어 검찰과 경찰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수사비리를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수사 신뢰성이 밑바닥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말 밖에는 안나온다.

'그랜저 검사' 의혹을 재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임검사는 고소사건을 후배검사에게 청탁하고 그 대가로 건설업자에게서 승용차와 현금을 받은 전직 부장검사를 9일 구속기소했다.

더군다나 이번 재수사에서 전직 부장검사 뿐만아니라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까지 1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국민이 믿고 맡겨 놓은 수사권을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 써 먹은 셈이다. 특히 이 사건은 검찰이 혐의없음으로 덮었다가 재수사에 들어간 것이어서 이래저래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봐주기 수사'의 전형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런 수사비리는 검찰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서울지역 경위급 경찰관이 콘도 회원권 분양 사기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업자로부터 고가의 미국제 승용차를 뇌물로 받았다는 의혹이 있어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검찰과 경찰의 총체적 수사비리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스폰서 검사'라는 유례없는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됐었다. 수십명의 검사가 연루된데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의혹은 점점 커져만 갔고 검찰 내부 조사 과정을 거치고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결국은 특별검사까지 불러왔었다.

특검 또한 속시원한 결과를 끌어내지 못해 '제식구 감싸기'라는 여론의 비난이 쏟아졌다. 검찰총장은 급기야 이런 내부 비리를 스스로 근절시키겠다며 환골탈태의 의지를 담은 자정개혁안까지 만들어 추진에 들어갔다.

이런 와중에 또다시 '그랜저 검사' 사건이 터져 나온 것이다.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곱지않은 시선은 당연하다. 이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던 서울중앙지검의 노환균 지검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그랜저 검사 사건은) 무죄라고 판단돼 기소할 수 없었다.

그 책임은 내가 지겠다"며 '혐의없음'을 단호하게 밝혔다고 한다. 노 지검장의 이런 발언은 불과 2개월만에 특임검사의 재수사에서 일시에 뒤집어졌다. 아무 죄가 없다던 전직 부장검사가 구속되고 수사관의 추가 비리까지 드러난 것이다.

거짓말 한 것이다. 당시 수사라인의 책임까지 물어야 마땅하다. 도대체 검찰 수사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지 푸념이 절로 나온다.

지금은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의 신뢰성을 높이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본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수사비리를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잘 날 없는 것 쯤'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수사기관의 도덕성은 어느 조직보다도 엄격해야 한다. 죄의 유무를 가려야할 검사가 수사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다면 수사결과가 왜곡되는 것은 뻔하다.

그래서 검찰이 '그랜저 검사' 사건의 재수사를 통해 혐의를 다시 입증한 용기는 높이 살만하다. 검찰 개혁방안의 일환으로 도입해 처음 가동한 특임검사가 거둔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

제식구를 단죄해야 하는 것이어서 쉽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 사회정의 실현 차원에서 전방위적 수사를 펼치고 있다.

한화와 태광그룹의 비자금, '천신일'사건, 청목회 입법로비 등 세간의 관심을 끌만한 사건들의 수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또다시 수사결과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랜저 검사' 재수사를 계기로 국민적 신뢰 회복에 보다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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