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세 소녀를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20대 남성들이 법정 앞에 섰다. 누가 봐도 유죄판결을 받을 사안으로 여겨졌지만 법원은 3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얼마 전에는 9세 여아를 상습 추행한 60대 장애남의 치료감호영장이 그대로 기각된 일도 있었다. 최근 법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상식 밖의 판결에 네티즌들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법원은 법리와 상식에서 애매한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다. 미성년자 성폭행과 여아 상습성추행 혐의로 붙잡힌 용의자들이 여러 법리적 이유로 풀려나는 일이 연이어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12월 28일, 당시 12세에 불과했던 김 아무개 양은 친구 2명과 함께 채팅을 통해 백 아무개 씨(22) 등 남성 3명을 만났다. 백 씨 일행은 김 양 등을 군포의 한 여관으로 데리고 갔고, 한동안 게임을 즐겼다. 이후 백 씨는 김 양에게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권했다. 폭탄주 다섯 잔을 비운 김 양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했다. 술 취한 것을 확인한 백 씨 등 3명은 돌아가며 김 양을 겁탈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특수준강간혐의로 법정 앞에 섰다. 백 씨 등은 법정에서 이 양을 상대로 돌아가며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 11부(재판장 유상재)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 김 양이 술에 취한 것은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주장과 주변인의 증언을 볼 때 항거불능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강제적인 성폭력 여부가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노 아무개 씨(60)는 지난 9월부터 서울 은평구 자신의 집 근처에서 9세 여아를 상습 추행한 혐의로 최근 입건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부는 노 씨의 치료감호 영장을 법원에 신청했지만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서부지법(이우철 영장전담 판사)은 영장을 기각했다. 도주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최근 두 사건을 두고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김 양을 겁탈하고도 풀려난 백 씨 일당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12세에 불과한 김 양의 어린 나이다. 한 포털에서 시사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네티즌은 “미성년자를 모텔로 데려간 것부터 잘못이다. 게다가 술이 약한 미성년자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면 정신이 없을 것이다. 성인 남성 3명 사이에서 도망가거나 항거하는 것은 어렵다”며 법원의 판결을 반박했다.

또한 네티즌들은 9세 여아를 성추행한 노 씨의 치료감호 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결정에도 비난의 화살을 겨누었다. 검찰 확인 결과 노 씨는 작년 3월에도 비슷한 혐의로 법정에 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노 씨는 장애자란 이유로 1, 2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아무리 정상인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혐의가 반복되고 있는데 너무하지 않나. 더군다나 장애 여부를 참작해 구속영장이 아닌 치료감호영장을 신청한 것이다. 피해자인 여아가 다시 화를 입을까 걱정스럽다”며 법원의 영장기각 결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일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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