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등학생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됐습니다. 대학 입학 후 월세와 생활비를 대려고 학기 중에도 과외를 서너 개씩 했습니다. 1년이 지나니 온갖 잔병에 시달렸지만 휴학을 하면 수급자 자격이 해제돼 등록금과 생활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고려대 장모씨)
값비싼 등록금을 낼 길이 없어 제적 위기에 처한 대학생들이 도움을 호소하는 증언대회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주최로 열렸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직접 참석한 학생 3명을 포함해 고액 등록금으로 고통받는 대학생 6명의 사례가 소개됐다. 참석한 학생들은 발언 도중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연신 울먹이며 눈물을 훔쳤다.

이화여대 휴학생 임모씨는 "한 학기 등록금 540만원, 3년간 학교에 다니고 나니 학자금 빚만 2천만원이 됐다"며 "3년째 휴학 중인데 내년까지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제적당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임씨는 "연휴도 없이 매일 늦게까지 일하시는 부모님의 삶이 헛되지 않도록 내년에는 꼭 졸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올해 안에 등록금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리라 믿는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건국대생 이모씨는 "학생회 활동과 아르바이트 등으로 성적이 저조해 장학금을 못 받은 것은 내 책임이지만 이번 학기엔 정말 열심히 공부할 각오였다"며 "한 번만 기회를 달라며 학교 당국을 찾아갔지만 `등록금을 못 내는 것은 개인 사정'이라는 매몰찬 말만 들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서면으로 자신의 사정을 밝힌 고려대 휴학생 장씨는 "기말시험 하루 전 복통 때문에 수술을 받아 일부 시험을 리포트로 대체했더니 매우 낮은 학점이 나왔다"며 "국가장학금도 받을 수 없는 학점을 받아 결국 휴학하게 됐지만 1년 안에 등록금을 과연 벌 수 있을지 두렵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명목상으로 지나치게 비싼 등록금 인하와 더불어 각종 조건이 많아 혜택을 받기 어려운 현행 장학제도 개선, 등록금 납부기간 연장과 분납제 확대 등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자은 한대련 의장은 "본질적으로 `반값 등록금' 시행 등 등록금 부담을 낮추는 조치가 필요하며 단기적으로는 당장 제적 위기에 놓인 학생들을 위해 등록금 납부 기간에 여유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 등 한대련 집행부는 이날 증언대회가 끝나고 교육과학기술부 당국자를 면담, 이같은 요구를 전달하고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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