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인기그룹 동방신기의 멤버 3명이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청구소송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이 27일 이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연예인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연예기획사가 계약을 체결하거나 연예활동을 방해해서는 안된다는 게 법원 결정의 골자다. 이로써 이들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길이 트였다. 정식재판 절차가 남아 있긴 하나 이번 결정은 연예계에 만연한 불공정 계약관행에 제동이 될 것으로 보여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전체적으로 보건대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하라는 주문이어서 반길 만하다. 연예인과 기획사의 관계가 종속에서 평등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연예계는 '노예계약'이라는 볼썽사나운 용어가 말해주듯이 불평등, 불공정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계약 과정과 내용에서부터 불리한 처지에 놓여 일방적으로 기획사에 휘둘리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는 공식활동은 물론 개인생활로까지 이어져 주종관계라는 지적이 걸핏하면 나왔다. 국내 최대의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소속사에 반기를 들고 나온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있다고 하겠다. 이들이 이 정도일진대 무명이거나 인기가 적은 연예인은 어떤 상황일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일반적으로 국내 연예계에선 기획사들이 스타를 발굴ㆍ육성ㆍ관리하고 있다. 기획사는 조직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망한 신인들을 키웠고, 무명연예인은 이에 힘입어 이름값을 높여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연예인은 불공정 장기계약에 묶이기 쉬운 반면,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좀처럼 어려웠다. 법원이 결정문에서 "멤버들이 추가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한조차 갖지 못하는 불공정 구조"라며 "계약을 어길 경우 과도한 손해배상을 하도록 해 계약관계에서 이탈하는 길이 사실상 봉쇄돼 있다"고 판단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본다.

이번 결정은 연예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 같다. 그동안 쉬쉬해온 갈등의 불씨가 줄줄이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동방신기 멤버들과 소속사의 분쟁이 장기전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 동방신기의 세 멤버는 법원 결정 직후 전속계약무효확인소송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겠다고 공언했고, 소속사도 재판부 요청에 따라 그간 밝히지 않았던 사실관계와 회사입장을 곧 발표하겠다고 밝혀놓고 있다. 이들의 분쟁이 단순한 소모적 다툼에 그치지 않고 연예계에 새로운 문화를 일궈가는 계기로 승화되기 바란다. 내가 키웠으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가부장 문화의 관행은 청산돼야 한다. 이제 우리 연예계도 쌍방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문화를 발전시켜 한 단계 더 도약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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