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버뉴스) 정상헌 기자 = 민주통합당 국민경선 선거인단을 불법 모집하던 전직 동장이 선관위 조사과정에서 투신해 숨진 가운데 현장에서 발견된 명절선물 명단에 구청 공무원들이 무더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명단에 포함된 공무원들이 단순히 명절 인사차 선물을 주고 받았는지 아니면 조직적인 ‘관권선거’가 벌어진 것인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8일 ‘2010·2011·2012 명절선물’ 명단을 동구청 직원명단과 대조한 결과 숨진 조모(65) 전 동장과 선물을 주고받은 전·현직 공무원은 19명에 달했다.

이중 구청 과·계장급 퇴직공무원 3명을 제외한 16명이 현직 공무원 신분으로 광주시로 발령한 1명을 제외하곤 모두 동구청 소속이었다.

명단에 이름이 오른 공무원들은 동구청 소속 국장급 1명과 계·과장급 9명 등 전·현직 간부급 직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명절시기와 성명이 순서대로 나열된 A4용지 크기의 명단에는 ‘양주(◇◇◇◇ 제품)’ ‘홍삼, 복분자’, ‘곶감’ ‘전기주전자(○○○ 제품)’ ‘냄비(□□□ 구매)’ 등 선물목록이 자세히 나열됐다.

명절선물 명단과 함께 발견된 생신선물 명단은 조 전 동장의 생일을 맞아 선물을 건넨 사람의 이름을 기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명단에는 현 구청장을 표기한 것으로 보이는 ‘청장’과 구속된 남모 구의원, 현금과 선물을 건넨 구청 공무원들의 이름도 기재됐다.

특히 명절·생일선물 명단에 이름이 포함된 동구청 공무원 중에는 최근 승진을 했거나 요직에 있는 경우가 많아 조 전 동장이 퇴직공무원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 받았음을 시사하고 있다.

서류를 압수한 선관위로부터 자료를 넘겨 받은 검찰은 이 명단에 이름이 오른 공무원들이 경선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있는지, 또 선물이나 금품을 주고받은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개입이 없었다고 해도 무더기 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광주시 동구 공무원 행동강령 시행규칙’ 제15조에는 원활한 직무수행상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제공되는 1인당 3만원 이내의 간소한 식사 또는 교통·통신 등 편의를 제외한 금품수수 행위는 징계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이 받은 선물 대부분이 3만원 이상인 데다 통상적인 인사 수준이 아니었다면 징계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동구청 한 공무원은 “구속된 남 의원이나 숨진 조 동장이 ‘실세’라는 사실은 웬만한 공무원들이 다아는 사실”이라며 “인사철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단에 이름이 오른 한 계장급 공무원은 “함께 일한 경험이 있어서 인사차 선물을 건넸을 뿐”이라며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절대 없다”고 말했다.

<끝>

정상헌 기자  honamilbosa@naver.com

<저작권자 © 에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