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서울올림픽 개최 후 한국과 소련의 수교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88년 황 비서가 재차 모스크바를 방문, 사회주의 국가들이 한국과 수교하는 것을 제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주문했으나 소련 측은 북한에 대해 낡은 사고를 버리라고 충고하며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와 한국의 북한대학원이 수집, 분석한 옛 소련 문서에서 30일 확인됐다.
이 문서에 따르면 황 비서는 86년 5월16일 모스크바에서 소련의 2인자인 알렉산드르 야코블레프 공산당 서기와 만나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서울올림픽 참가 의사를 서둘러 밝히고 있는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소련이 주도적으로 나서 사회주의권이 일치된 행동을 취하도록 하고 남북한 올림픽 공동개최를 위해 압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황 비서는 특히 소련측에 대해 올림픽의 남북한 공동개최 성사를 위해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예시하면서 간곡히 매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소련측이 북한의 올림픽 공동개최 제안이 채택되지 않을 경우 올림픽 운동(Olympic movement)에 중대한 위기가 초래될 수 있고 소련이 서울올림픽에 불참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입장을 한국측에 표명하는 한편 남한에서의 독자 올림픽 개최로 인해 초래될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남한 측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황 비서가 언급한 것이다.
황 비서의 이러한 발언은 올림픽의 남북한 공동개최가 무산되면 사회주의권의 보이콧을 통해 서울올림픽을 `반쪽짜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특히 황 비서는 북한의 입장이 88년 올림픽을 망치려는 것이 아니며, 평양에서 3∼4개 종목의 경기를 개최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설령 남북한 공동개최 제안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올림픽 개최도시의 이름(서울)을 빼고 `24회 올림픽'으로만 부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야코블레프 비서는 올림픽 공동개최 방안에 대해 지지입장을 밝히기는 했으나 올림픽조직위원회(IOC)를 간과할 수 없는 현실적인 존재라는 점을 들어 일방적인 올림픽 보이콧이 곤란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한편 서울올림픽 개최후 한국이 헝가리와 수교하고 소련과도 수교할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황 비서는 88년 10월18일 다시 모스크바에서 야코블레프 비서와 만나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한국과 수교하지 않도록 소련이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황 비서는 특히 별도로 전달한 문건을 통해 소련측이 한국과 신중하고 절제된 관계만을 유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야코블레프 비서는 모든 국가가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사회주의 국가들이 한국과 수교하려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야코블레프 비서는 특히 국제정세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며 새로운 사고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조, 북한에 대해서도 낡은 사고를 버릴 것을 간접적으로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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