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독립운동가와 친일파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심정섭(66) 씨는 학생운동 80주년을 앞둔 1일 1929년 11월 3일 당시 광주고등보통학교(현 광주제일고) 교사 운인(雲人) 송홍(宋鴻) 선생에 대한 자료를 공개했다.
'민족운동총서' 8집 '학생운동'(민족문화협회.1980)과 '전라남도지'(전남도.1956)는 그를 '광주고보 학생들이 민족의식을 자각하고 독립투쟁에 앞장선 것은 송홍 선생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선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역사를 가르치며 학생들의 민족의식을 일깨웠고 이런 선생의 노력이 학생들의 항일의식을 키우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기록에는 많은 제자들이 검거, 구속, 퇴학 처분으로 수모를 겪는 것에 마음 아파하던 그가 1930년 2월 19일 한 편의 시를 남기고 교단을 떠났다고 전한다.
'초야로 돌아가며 제군에게 주는 글'이라는 제목의 이 시에는 제자들에 대한 그의 애틋한 마음이 잘 담겨 있다.
"내 일찌기 가르침을 새롭게 하려다 / 오늘 아침 여러분과 더불어 이별하는 / 말 한 마음으로 스물 두해 봄이었으니 / 강호에 늙어가는 병인 질 것이 없네".
심 씨는 지난 10년 동안 고서점, 도서관 등을 돌아다니며 선생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고 선생의 편지, 현판글씨 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사의 비극' 때문에 선생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겨져 있지 않았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 '강제로' 잊혀졌다는 게 심 씨의 설명이다.
심 씨는 "공산주의자였던 자식들이 월북하면서 선생까지도 '빨갱이'로 몰렸고 이로 인해 그분에 대한 사실은 잊혀지도록 강제된 것 같다"며 "학생운동 80주년을 맞아 이런 훌륭한 분들에 대한 발굴과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생은 1948년 6월 향년 7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유해는 고향인 전남 나주시 남평에 묻혔으며, 1967년 후학들에 의해 광주 북구 누문동 광주제일고 교정에 선생의 동상이 세워졌다.
cbebop@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저작권자 © 에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북부청, '강제추행 등' 허경영 대표 구속영장 청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