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버뉴스) 이동후 기자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을 테러하라는 지령을 받았던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공작원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원범 부장판사)는 중국에서 탈북자 색출 등 공작활동을 하다가 위장 탈북해 국내로 들어온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된 공작원 A씨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일단 "북에 두 아들을 둔 피고인이 보위부의 위협과 회유를 받고 공작원이 된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고, 잠입 직후 조사 과정에서 신분이 드러나자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수사에 협조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중국내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면 생명의 위협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소재를 파악해 북송되도록 하는 임무에 가담해 그들의 자유와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에 잠입해 정착했다면 이후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할 구체적인 행동을 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A씨는 2000년대 초반 북한의 정보기관인 보위부 공작원으로 선발돼 반년간 공작요령 등을 교육받았으며 이후 중국에서 탈북자 색출 및 북송, 탈북자 지원 조직·인물 동향 탐문, 탈북루트 파악 등 공작 활동을 벌였다.

A씨는 특히 `김정남 테러 계획을 수립하라'는 지령을 받고는 교통사고를 가장해 김정남에게 위해를 가한 뒤 북한에 이송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남이 중국에 입국하지 않아 계획을 실행하지는 못했다.

이후 A씨는 한국에 침투하라는 지시를 받고 제3국을 통해 올해 3월 국내로 들어왔으며, 관계 당국에서 탈북 경위를 조사받으면서 생활고로 탈북했다고 주장하다가 중국내 행적에 대한 의문점을 추궁받자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법원 관계자는 "피고인이 중국에서 탈북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사실을 중점적으로 고려한 취지의 판결이다"고 설명했다.

<끝>

이동후 기자  ceo@evernews.co.kr

<저작권자 © 에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