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완구 충남지사


이완구 "세종시 논의 순서가 잘못됐다"

"1∼2년 후 대통령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릴 것"

(대전=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 이완구 충남지사는 2일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수정 논란과 관련, "논의의 순서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보강하는 대안을 얘기하려면 구체적이며 즉각적이고 실행력을 담보한 대안을 제시한 뒤 충청인을 설득하고 세종시의 성격을 논의하는 수순을 밟아야지 성격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해 놓고 대안을 논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설사 정부가 세종시 수정론을 강행해서 성격을 바꾼 뒤 1∼2년 후 가시화하지 못하고 세종시와 맞물려 있는 혁신도시 건설도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대통령에게 돌아갈 부담을 생각하면 두려운 생각이 든다"며 "대통령을 모시는 참모나 총리는 이에 대한 냉철하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1∼2년 후를 내다보면서 대통령에게 직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지사와의 일문일답.

--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는데.
▲ 그동안 세종시 문제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대통령의 말씀이 없었기 때문에 충남지사로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다만 대통령께서 오늘 "충분히 숙고해서 하는 게 좋으니까 당에서 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은 이 문제가 대단히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국정운영의 큰 틀과 국익, 충청의 정서 측면에서 신중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 지금 여권 내부에서 세종시 문제를 놓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데 충청을 대변하는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으로서의 입장은.
▲ 세종시 문제는 논의의 순서가 잘못됐다.
먼저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보강하는 대안을 얘기하려면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실행력을 담보한 대안을 제시한 뒤 충청인을 설득하고 세종시의 성격을 논의하는 수순을 밟아야지 성격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해 놓고 대안을 논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 정 총리가 정치권(박근혜 대표)의 도움을 구하겠다고 하는데 역설적으로 박 대표의 동의만 구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냐. 국민, 특히 충청인의 동의를 구하는 게 먼저 아닌가.
-- 한나라당 일각에서 세종시 대안으로 녹색성장도시와 과학도시, 교육과학도시를 거론하고 있는데.
▲ 중구난방이다. 녹색성장도시만하더라도 현재 부처 간 협의하는 수준으로, 아직 구체화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것 같다.
유치대상 기관에 '토지 무상임대'를 운운하는데, 그렇게 하면 기업도시나 경제자유구역 등에 입주하려는 기업들 간 형평성 문제, 특혜 시비 등으로 또 다른 논쟁을 유발할 것이다.
또 기업은 시장논리로 움직이는 것이고, 몇몇 대학을 세종시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지만 해당 대학 학생과 교직원, 동창회 등의 동의를 쉽게 구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세종시에 행정기관 입주를 포기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외국이 세종시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걱정이다.
-- 정부가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면 수용할 의향이 있나.
▲ 대안은 구체적이고 가시적이며, 실행력을 담보하고 법제화가 이뤄질 때 비로소 논의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기본원칙 없이 수정만을 공론화해가는 상태이므로 도지사 입장은 '원안추진'임을 분명히 밝힌다.
시행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보완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 정부가 세종시 수정을 강행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 설사 정부가 세종시 수정론을 강행해서 성격을 바꾼 뒤 1∼2년 후 가시화하지 못하고 세종시와 세종시와 맞물려 있는 혁신도시 건설도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대통령에게 돌아갈 부담을 생각하면 두려운 생각이 든다.
대통령을 모시는 참모나 총리는 이에 대한 냉철하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향후 1∼2년 후를 내다보면서 대통령에게 직언해야 한다.
-- 정 총리가 세종시 문제는 신뢰의 문제 이전에 국가대사라고 주장했는데.
▲ 국가운영을 어떻게 효율성만 갖고 재단하나.
2015년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이동시간 48분이라고 정부가 최근 발표했는데 교통체증시 경기도 과천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 것과 비교할 때 어떤 게 비효율적인가.
선진국의 경우 장.차관이 자전거타고 국민과 소통을 하는데 어떻게 자동차만 타고 다닐 생각을 하나.
-- 이 지사는 세종시 원칙론을 줄곧 강조해 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 대통령께서는 국정운영의 철학과 소신, 그리고 긍정적인 역사관을 갖고 세종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sw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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