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박대원 KOICA 이사장

"5년 임기 행복…정부 ODA 사업 통합 중요"

퇴임을 앞둔 박대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은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외교관 출신의 박 이사장은 2008년 5월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 KOICA의 수장으로 취임한 후 한 차례 연임해 올해로 임기 5년째를 맞는 역대 최장수 이사장이다.

박 이사장은 후임 이사장 내정 소식이 전해진 뒤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해 "분절화·파편화된 정부 원조를 한데 통합해 효율성을 높여야한다"고 정부 ODA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역설했다.

올해로 창립 22년을 맞는 KOICA의 위상과 역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대내외 평가를 받는 박 이사장은 "KOICA를 전 국민이 느낄 수 있게 한 것이 가장 보람 있었다"며 "매우 행복했고 미련도 없다"고 퇴임의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퇴임을 앞둔 소회를 한 말씀 해달라.

▲ 인지도가 낮았던 KOICA의 덩치가 커져 국민이 잘 알게 된 것, 또 우리 원조 분야가 다변화되고 질적·양적으로 성장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직원들과 정말 재미있게 일했다. 직원들이 정말 훌륭해서 방향을 잡으면 일사불란하게 일을 해줬다. 매우 행복했다. 한 번의 임기가 더 주어진 만큼 미련도 없다.

-- 임기 중에 정말 잘했다고 느끼는 점이 있다면.

▲ 무엇보다 KOICA를 전 국민이 느낄 수 있게 해준 점이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국민체감도를 조사한 결과 KOICA가 상위 20% 안에 들었다.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보람 있었다. 그간 8개 부처가 개별적으로 내보내던 해외 자원봉사자를 통합해 '월드프렌즈코리아'를 출범한 것도 큰일을 한 것이라고 자부한다. 이밖에 우리 국민에게 개도국의 현황과 문화를 알리고 KOICA의 인지도도 높이기 위한 지구촌체험관 개관, ODA 인재 양성을 위한 ODA교육원 건립 등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 임기 중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다.

▲ DAC 가입은 원조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바뀌었다는 것이고 명실상부한 선진국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상당히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일부 부처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입했다. 우리나라의 사례를 보면서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우리의 길을 따르려고 하고 있다. 또 기존 원조국과 기관들도 한국의 성과를 보면서 자극을 받고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브라질 등의 원조기관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여러 나라가 손을 잡고 함께 원조하자, KOICA가 그 중심에 서자'는 것이 내 목표였다. 나머지는 다음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 임기 중 완수하지 못해 아쉬운 것이 있다면.

▲ 각 부처의 해외봉사자는 통합했지만 원조사업 자체를 통합하지는 못했다. 여러 부처에서 원조를 하고 있어서 중복되는 부분도 많은 데다 개도국에서도 원조를 받으려면 어디에 접촉해야 하는지 난감해한다. 개도국 원조는 외교적인 측면도 고려돼야 하는데 개별 부처에서는 이런 부분을 잘 고려하지 못한다. 또 규모도 작고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개발공헌지수(CDI)가 최하위에 머무는 것은 이렇게 원조가 파편화돼 사업별 규모가 작은 탓도 있다. 정부의 원조를 한데 통합해 규모를 키우고 우리나라의 위상을 감안해 구속성 유상원조의 비율도 낮출 필요가 있다.

-- 여전히 ODA 사업의 당위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 우리가 못살던 시절에 우리를 도와준 선진국의 국민도 당시 다 잘산 것은 아니었다. 자국의 빈곤을 해소해 빈부 격차를 메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개도국을 도와주면 반드시 성과가 돌아오게 돼 있다. 우리 덕분에 잘살게 된 개도국 사람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 가전제품을 산다.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는 우리 국민이 그 성과를 잘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염두에 둔다. 가령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근처에 병원을 열고, 페루 마추픽추 근처에 도자기 학교를 세워 지나가는 한국 관광객이 보면서 ODA가 왜 중요한지 느낄 수 있도록 하려 했다.

-- 후임자나 정부에 제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다시 한번 원조 통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또 해외 자원봉사가 청년들의 해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했으면 한다. 나는 항상 자원봉사자들에게 2년 후에 들어오지 말고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창출하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현지에 남아 비즈니스를 하려는 청년들에게 창업 자금이 지원되면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ODA 사업을 펼칠 때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진심을 갖고 사업을 수행했으면 한다. 그런 면에서 후속 세대의 고등교육을 위한 농어촌 사업, 직업 훈련 등이 중요하다.

-- 퇴임 후 계획을 세웠는가.

▲ 와달라고 요청하는 대학들이 있다.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 만큼 강단에 서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직원들과 함께 자전거여행에 나서는 것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