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트군에 희망의 불씨 안겨준 老선교사>

백예철씨 "켄트 모친 연락 안닿아..삼촌 감사"
"제2, 제3의 켄트가 한국에서 희망의 싹 틔울 수 있기를"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권정상 특파원 = "경제적인 도움은 순간에 끝나지만 장래성이 있는 학생들을 데려다 교육하는 일은 가난에 찌든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러 일으켜 줄 것입니다. 켄트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최근 2010학년도 서울대 외국인 특별전형에 합격해 화재를 낳은 경남 산청군의 지리산고등학교 3학년 켄트 카마숨바(20) 군의 한국행을 주선한 고희(古稀)의 노선교사 백예철(70)씨는 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례를 계기로 제2, 제3의 카마숨바가 한국에서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백 선교사로부터 카마숨바 군에 얽힌 사연을 전해듣기는 그리 쉽지가 않았다. 백 선교사가 수도 루사카를 벗어나 오지로 선교활동을 떠나면서 휴대전화 통화권역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이 된 백 선교사는 "인터넷을 통해 켄트가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뉴스를 접했다"면서 "켄트는 근면 성실하고 인내심이 강해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심성을 지니고 있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축원했다.
그는 "대부분의 잠비아 사람들은 고단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얽매여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데 비해 켄트는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면서 "바로 이 점이 켄트의 한국 유학을 주선한 동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켄트는 지난 2004년 아버지가 사망한 뒤 어머니가 재혼하는 바람에 삼촌 집에서 얹혀사는 처지였는데, 이 삼촌을 통해 백 선교사와 연이 닿게 됐다. 삼촌이 바로 백 선교사가 교수로 재직하는 잠비아침례신학교의 제자였던 것.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루사카 외곽의 뭄부아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생 가운데 유일한 도서관 관리자로 활동하면서 사회봉사상을 수상하고 우수한 성적을 올린 것이 백 선교사가 켄트에게 호감을 갖게 된 동기로 작용했다.
백 선교사는 "켄트의 어머니와는 연락이 닿지 않고 삼촌이 대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해 왔다"면서 "주변 사람들도 켄트의 소식을 듣고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켄트와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을 한국이나 선진국에 보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서 "켄트와 같은 인재들이 많이 배출돼 조국 발전을 이끄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고 했다.
백 선교사는 지난 1973년 미국으로 이민, 목회활동을 하다 아르헨티나를 거쳐 2003년 6월 잠비아로 이동, 부인 김송자 선교사와 함께 루사카 인근 오지를 돌며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하고 교회 지도자 교육을 하는 등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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