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인권·평화의 도시라는 광주에서 성스러운 상징성에 반하는 논란이 불거져 늦더위에 지친 시민들을 한층 더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광복절 행사장에 출연한 시립소년 소녀합창단이 아르헨티나 출신 체 게바라 이미지가 박힌 의상을 입고 출연한 게 화근이었다.

쿠바 반정부 혁명에 동참한 후 사회주의 운동에 앞장섰던 그는 쿠바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았다. 그 후 유럽으로 건너가 자신의 신앙 같은 이데 오르기 구현에 앞장서다 생명을 마친 인물이다.

그런 전력을 갖고 있는 사회주의 혁명가 이미지가 광복 경축일에 등장한 것은 저항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경축일과는 상치된 의상이다.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최대 가치로 삼고 있는 한국민의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 쿠바는 북한과 친교가 끈끈하고 지구상에 남은 최악의 집단이라는 악명을 안고 있다. 광복절에 체 게바라의 얼굴을 보면 왜 한국민이 눈살을 찌푸리게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휘자 징계로까지 번질 사안인지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의도된 사안이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광주시는 “연출에 있어 다른 의도가 없었다. 흰 한복과 태극기를 부각하기 위해 검은색 의상이 필요했는데, 옷을 구입할 예산이 없어 지난 6월 공연 때 학부모들이 마련해 준 단체복을 활용한 것뿐이다”며 ‘일종의 해프닝’으로 결론을 내렸었다. 이선에서 그쳤더라면 징계 부당 여론은 확산하지 않았을 것이다.

광주시의 의연한 모습은 순식간에 돌변했다. 행사를 지켜보던 광주보훈청장이 “광복절 기념행사 취지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안중근 의사나 독립운동가가 새겨진 복장을 입는 게 더 적절했을 것이다”는 취지로 항의한 게 광주시를 흔들리게 한 것이다.

이와 관련 강운태 시장은 진상파악 지시를 내렸다. 강 시장 의중을 받아들인 광주시는 다음 날인 16일 이 모 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광주시의 소신 없는 징계 결정이 화를 불러들인 꼴이 됐다. 보훈처장의 부정적 평가 한마디에 즉흥적 징계 방침을 정한 것은 무소신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반의 비난도 여기에 집중되고 있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공개적으로 광주시의 행태를 비난했다. “이 정도의 의견, 문제를 제기 하는 데서 멈추는 게 옳다고 본다. 중징계를 검토하고 사상적 재단을 하려는 일부의 태도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는 ‘문화적 테러’ 라는 게 내 입장이다”고 밝혔다. 보훈청장이 문제제기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국가보훈처는 5·18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우려 했다”며 “이제 와서는 공연의상을 문제 삼으면서 사상적 재단, 이념공세의 포문을 열고 있다. 기념식장을 가득 메운 다른 관객들이라고 해서 체 게바라를 몰랐겠는가. 열기와 환호, 함께 추는 춤에서 대다수 관객들은 이미 체 게바라를 용인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적 테러’라는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보훈처장의 평가 한마디에 징계로 돌변했다면 소신 없는 결정이라 한들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광주시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규정지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이 냉전의 시대는 아니지 않는가 만약 징계를 강행한다면 민형배 청장의 말대로 ‘문화적 테러’임이 분명하다. 주의 환기 수준이지 징계감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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