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시위 도중 다친 두 명의 농민이 유명을 달리 한 사건으로 경찰총장이 물러난 적이 있었다. 두 농민의 사망이 폭력적·공격적 시위 진압 때문이었다. 그 당시 농민의 사망이 경찰의 진압과 무관한 것처럼 행동하다가 국가인권위에서 경찰의 폭행이 사망 원인임을 밝히고 나서야 대국민 사과를 했고, 그 이틀 후에야 마지못해 경찰청장이 사퇴를 표명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우리의 국가 제도와 조직의 부정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

국민의 인권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보호해야 할 경찰이 인권의 핵심인 생명을 앗아버린 행위도 심각한 일이거니와, 그 행위를 은폐 내지는 축소하려 한 파렴치한 행위가 더 우려스러운 일이다. 시위하던 농민이 중상을 입고 사망에 이르렀다면, 일단 시위 진압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상식일 것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그 반대였다.

상식과는 정반대로 경찰의 진압과는 무관한 것인 양 사태를 몰아갔던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할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어느 사회나 정직을 개인이 지녀야 할 최고의 미덕으로 치는 것이다. 개인이 정직하지 못할 때 그는 그가 있는 곳에서 신뢰를 받지 못한다. 정직한 사람은 언젠가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러나 제도는 다르다. 자연인은 정직할 수도 있고 부정직할 수도 있지만, 제도는 그 자체로 정직함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제도는 공신력을 지니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도에 의해 만들어진 조직의 구성원들은 항상 이런 이치를 생명으로 여겨야 한다. 그런데 현실의 제도와 조직은 그러하지 못하다.

이것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지금껏 우리의 삶과 깊은 관계를 맺으면서 존재해온 우리나라의 제도와 조직이 본래 지녀야 할 정직함을 버리고 국민을 기만하고 배신한 경우가 너무 많았다. 정직함을 근간으로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제도와 조직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제도와 조직 그 자체를 위해서,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 정직하지 못한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곤 했다.

당시 경찰청장의 사임은 폭력적 시위와 강경 진압의 악순환이라는 시위 문화를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국가 제도와 조직의 정직성에 대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시위 현장은 원초적인 감정과 힘이 대립하는 곳이다. 따라서 뜻하지 않은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를 거짓으로 은폐·왜곡하는 것은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일이다. 국가 제도와 조직이 신뢰를 잃으면 무정부 상태의 국가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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