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봉이 김선달’ 아들 징역 8년

(광주=에버뉴스) 정상헌 기자 = 여의도 면적의 19배에 이르는 국유지를 불법으로 취득한 아버지와 함께 범행을 공모한 뒤 해외로 도피해 7년만에 기소된 전직 검찰 수사관에 대해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신현범)는 아버지와 함께 국유지 환수 보상금을 가로챈 뒤 해외로 도주한 혐의(특경법상 사기)로 구속기소된 전직 검찰 수사관 이모(60)씨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이씨는 국유재산 불법 불하와 관련한 사기 범죄로 처벌을 받고도 다시 이번 범행을 저지르고 현재까지 무책임하게 국가를 비난할 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피해 회복에 대한 의사도 있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국세청 공무원이던 아버지 이석호씨가 지난 1970년대 친인척 등의 명의로 불법 취득한 국유지 환수보상금 191억원을 가로챌 당시, 자신의 처남 명의를 차용해 국가로부터 28억원 상당을 받아 가로채는 등 6명의 명의를 차용해 총 82억원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아버지가 지난 2007년 8월 기소되기 앞서 2006년 9월 캐나다로 도피했다.

검찰은 이씨가 도피한 뒤 2년여 동안 소재지를 파악한 끝에 2009년 11월 1만6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수사 자료를 영문으로 번역해 캐나다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이후 2012년 2월 캐나다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를 결정하자 이씨가 두 차례에 걸쳐 이의를 제기했으나 올해 4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항소법원이 최종 기각해 신병을 광주지검에 인도했다.

이씨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국유지 불법 환수보상금 82억원 중 35억원을 캐나다로 불법 반출해 현재 한화 16억원에 달하는 대저택과 14억원 상당의 주유소를 구입해 운영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씨의 아버지 이석호씨는 1985년 한 차례 기소됐다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가 이후 다시 기소돼 2008년 6월에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석호씨는 1971~1974년 세무서 근무 당시 친인척 등 35명의 명의로 1억1831만㎡를 불법 취득하고, 광주국세청 징세2계장으로 근무하던 1980~1985년 국유지 매수자 명의변경 서류를 위조하거나 허위작성한 국유지 가운데 환수대상으로 관리되지 않던 5556만㎡ 등 모두 1억7318만㎡를 불법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석호씨가 불법 취득한 국유지는 여의도 면적의 19배에 이르며, 땅값도 2005년 8월 기준으로 70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