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지난 3일 예정됐던 신인 드래프트가 4개 구단의 샐러리캡 위반을 제기했던 신세계와 우리은행의 거부로 무산되는 파행을 겪자 6개 구단 사무국장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그 결과를 토대로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조사가 제대로 진행될지와 여자연맹의 결정에 구단들이 순순히 따를지는 미지수다.
샐러리캡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는 신한은행, 삼성생명, 금호생명, 국민은행 등 4개 구단과 이에 반발하는 신세계, 우리은행 등 2개 구단의 주장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서다.
이번 파동은 사실상 여자연맹의 규정 미흡과 미숙한 행정 처리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여자연맹은 구단별 샐러리캡을 9억원으로 책정하고 연봉 이외의 `급여성 금액'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광고료와 라운드 수당, 우승 보너스를 예외로 했다.
하지만 3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신한은행과 풍부한 자금줄을 가진 삼성생명, 금호생명, 국민은행은 이런 규정 미비에 편승해온 게 사실이다.
신한생명은 베테랑 가드 전주원에게 연봉 1억원 외에 2억여억원을 광고비와 우승 보너스, 승리 수당 등 명목으로 지급했다. 또 정선민과 최윤아에게도 연봉과 별도로 1억3천만원과 1억4천만원을 줬다. 주전 선수들에게 연봉 외의 가욋돈을 얹어준 셈이다.
삼성생명 역시 주전 가드 이미선에게 연봉 1억4천여만원 외에 광고료 2억5천여만원을 챙겨줬다. 금호생명과 국민은행도 액수의 차이만 있을 뿐 신한은행, 삼성생명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부진한 성적으로 `돈잔치'를 할 기회가 없었던 신세계와 우리은행으로선 박탈감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런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한국농구연맹(KBL)이 급여 보전성 광고비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광고 출연료를 줄 때 연맹의 승인을 받아 비용 산정기준에 따라 지급하도록 한 것과 대비된다.
그렇다고 공격의 칼자루를 쥔 신세계와 우리은행이 이번 파동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신세계는 신한은행 등 4개 구단의 과도한 비용 지출이 샐러리캡 위반이라며 제재를 주라고 연맹을 압박해왔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구단이 선수들에게 준 비용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유하자며 내놓은 자료를 유출했다는 의심도 받았다.
여자연맹은 신세계의 요구가 거세자 지난달 10일 4개 구단이 샐러리캡 규정을 어겼다고 판단해 4개 구단에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후순위 지명과 제재금 2천만원'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해당 구단들이 반발하자 징계를 없던 일로 하고 신인 드래프트를 진행하려 했다. 연맹이 샐러리캡 규정에 대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갈지자 행보'를 하는 것이다.
연맹은 뒤늦게 '승리 수당은 샐러리캡의 30% 이내, 우승 수당은 연맹 시상금의 400% 이내로 제한한다'는 규정을 만들었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재조사로 문제가 드러나면 내년 드래프트 때 불이익을 준다지만 실효성도 의문이다.
신세계 등 2개 구단과 신한은행 중심의 4개 구단이 마주 달리는 전차처럼 정면 충돌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무기한 연기한 신인 드래프트의 장기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프로 진출과 대학 입학을 앞둔 고교 졸업 선수들의 피해로 돌아간다.
지금으로선 뾰족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남자프로농구가 만연했던 `이면 계약'을 없애려고 지난해 7월 일정 비용을 적립하는 `정리금'을 도입했던 것처럼 여자농구도 과도기적 상황에서 농구계 전체가 공멸하는 길만은 피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김원길 WKBL 총재는 재조사를 통해 샐러리캡의 범위에 대한 선을 그어야 하고 위반이 명확하다면 규정에 따라 제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일부 상처를 남기더라도 드래프트를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해야 한다.
현재로선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만큼 WKBL의 수장인 김원길 총재가 구단들의 충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하는 한편 명확한 원칙에 따른 결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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