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검찰’이란 비난을 자초한 검찰의 무능

어제 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 것이나 회의록의 원본이 삭제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검찰은 또한 국정원에 이 회의록이 보관된 것도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노무현정부 때의 청와대 통일외교정책실장이었던 백종천 씨와 통일외교정책비서관이었던 조명균 씨를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 등으로 기소했다.

이러한 수사결과가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데다 이 회의록 초본과 수정본의 차이나 NLL과 관련한 부분 등을 밝혀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검찰’이란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요컨대 검찰의 수사결과발표를 보면 사건의 본질을 명쾌하게 밝히지는 못하면서 정치적 논란이나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이것은 정치검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검찰이 무능하기 때문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한 검찰의 무능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은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은 밝혔지만, 노 대통령이 왜 이 회의록을 이관되지 않게 했는지 그 이유는 밝히지 못했다. 다만 조명균 씨의 진술에 기초해 보안성 때문에 그렇게 조치한 것 같다는 견해를 내놨다. 조명균 씨가 검찰수사에서 이런 내용의 발언을 한 것은 어쩔 수 없이 둘러대기 위해 한 발언일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북한 쪽과 회담한 회의록이라 북한 쪽이 회담내용을 다 알고 있는 터에 보안성 때문에 그 회의록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검찰이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 회의록이 국정원에 보관되게 되었다고 발표했는데, 이 또한 말이 안 된다. 국가기록원에조차 보관되지 않게 한 이 회의록을 국정원에 보관되도록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 보관본은 1급비밀로 처리토록 했다는데, 정권이 바뀌는 판에 1급비밀로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노 대통령이 그것을 모르겠는가? 이 또한 조명균 씨가 어쩔 수 없이 둘러댄 말을 검찰이 그대로 인용하고 있을 뿐이다. 국가기록원에 보관하면 30년간 노 대통령 이외에는 볼 수 없다는데 말이다.(노무현 대통령은 이 회의록이 국정원에도 보관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보는 것이 정상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장기표 시사논평 7월 24일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왜 국가기록원에 없을까?’에 설명해 두었음)

검찰은 또 삭제된 원본을 복구하고는 수정본과의 차이를 소상하게 설명했는데, 별 의미 없는 내용을 까발려 ‘정치검찰’이란 비난을 자초하면서 정쟁이나 유발하고 있으니, 어찌 무능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검찰이 스스로 밝혔듯이 원본과 수정본이 큰 차이가 없다면 원본을 없앤 것은 별 문제가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수정본을 만들었으면 초본을 없애도 무방하다는 노무현 재단 쪽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다만 초본을 굳이 없앤 것은 노 대통령이 얼마나 이 회의록이 보관되어 있는 것을 싫어했는지를 알게 해줄 뿐이다.
그리고 NLL과 관련하여 ‘임기 내 해결’이냐 ‘임기 내 치유’냐 하는 문제까지 밝히고 있는데, 불필요한 수사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이 위의 백종천 씨와 조명균 씨를 기소한 것도 무능의 소치이자 정치검찰이란 비난을 자초하는 일이다. 국가기록원 미이관이나 원본 폐기가 모두 노 대통령의 지시로 이루어졌다고 하면서 이들을 왜 기소하는가? 그리고 이들을 기소하면서 문재인 씨를 기소하지 않는 것도 정치검찰의 비난을 자초하는 일이다. 굳이 기소하려면 문재인 씨를 기소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대한민국 검찰은 구제불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검찰이 중요한데, 검찰이 제 임무도 잘 모르면서 정쟁이나 유발하고 있으니 나라가 바로 설 턱이 없어 걱정이다.

그러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국가기록원 미이관과 관련하여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이 합당하겠는지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밝혀보고자 한다.
첫째, 이 회의록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지 않은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다.
둘째, 노 대통령이 이 회의록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지 않은 것은 이 회의록이 너무나 수치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언행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셋째, 노 대통령은 이 미이관을 다른 사람은 모르게 했거나 조명균 씨 정도만 알게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문서이관의 책임자였던 문재인 씨도 몰랐을 것이다.
넷째,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라는 중요한 문서를 폐기한 것은 대단히 옳지 않지만, 그러나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이런 문서를 역사에 남겨두고 싶지 않아 없앴으리라는 점에서 그의 충정은 양해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섯째, 국정원에 이 회의록이 보관되어 있게 된 것은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라 국정원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고, 이것은 노 대통령이 모르는 가운데 이루어진 일일 것이다. 국정원 보관본은 2007년 10월에 생산한 것이 아니라 2008년 1월에 생산한 것이라는 점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그리고 지난 7월 남재준 국정원장이 이 회의록을 공개했을 때 노무현정부 때의 국정원장이었던 김만복 씨가 국정원에는 회의록이 없어야 한다는 듯이 말하다가 이 회의록이 2008년 1월 생산본임을 알고는 ‘항명’ 운운하며 ‘2008년 1월에 생산한 회의록은 없다’고 말했다가 자기가 결제한 회의록임이 판명되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칩거했던 것도 이런 정황을 반증한다.
여섯째, NLL과 관련하여 노 대통령이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나, 그런 발언을 NLL포기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새누리당 쪽이 노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NLL포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반국가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일곱째, 이 회의록을 지난 대선 때 유출해서 선거에 이용한 정문헌 의원과 김무성 의원을 철저히 조사해서 그 유출의 경위를 밝혀 관련자 모두를 엄벌해야 한다.
여덟째, 노무현재단 쪽 내지 참여정부 인사들은 이 회의록의 국가기록원 미이관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고, 검찰의 수사에 대해 ‘짜맞추기 표적수사’라고 주장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이 회의록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지 말도록 지시한 일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수사할 필요가 없도록 자신들이 모든 사실을 밝혔어야 한다.
아홉째, 특히 문재인 의원은 이 회의록의 미이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미이관도 문제지만 이와 관련한 그의 발언들도 문제였다. 더욱이 동문서답과 적반하장식 발언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는 점에서 국민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
열째, 여야 정치권이 이 문제를 더 논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제 이 문제는 역사와 국민의 판단에 맡기고 정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더 논란할 것 같은데, 이것은 민주당 쪽 내지 노무현재단 쪽의 무책임과 억지 때문이거나 새누리당 쪽의 생트집과 침소봉대 때문일 뿐이다. 계속해서 이런 무책임과 억지, 생트집과 침소봉대를 일삼을 경우 국민적 심판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