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자기들이 집권하고 있을 때 공무원들한테 밀려 개혁하지 못한 것을 박근혜 정부가 개혁하려고 하는 터라 방해라도 하지 말아야 할 텐데, 이를 반대하는 공무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이나 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당사자인 공무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거나 ‘사회적 합의를 해서 개혁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는데, 이것은 국회의원의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국회는 이해관계자의 의사를 청취할 필요는 있지만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얻어야 입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기본적인 관점을 밝혀보고자 한다.
첫째, 공무원의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공무원연금일진대, 공무원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이면 충분하고 그마저도 국민전체의 노후생활 보장과 관련지어 판단되어야 한다.
공무원 이외에는 거의 절대다수의 국민이 국가로부터 노후생활을 보장받고 있지 못하는데도, 공무원들만 노후생활 보장 정도를 넘는 연금을 받는다는 것은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공무원들만 나라발전에 기여한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나라발전에 기여했다. 그래서 공무원들만 노후생활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국민의 노후생활이 보장되어야 한다. 공무원들보다 국가발전에 더 많이 기여하고도 노후생활이 전혀 보장되어 있지 못한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더욱이 공무원들의 경우, 공직생활을 20여년 하고 정년퇴직할 정도면 그동안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잘 살았다고 볼 수 있고, 많은 경우 연금을 받지 않더라도 노후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재산을 모아놓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국가에서 주는 엄청난 혜택을 받아가며 자녀들 교육도 다 시켰을 것이어서 돈이 들어갈 데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공무원들만 국민 누구도 보장받지 못하는 노후생활을 보장받는 데다 노후보장 이상의 연금을 받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군인연금의 군인이나 사학연금의 사립학교 교사도 공무원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런 불합리와 불공정을 시정하는 차원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차피 국민이 낸 세금으로 노후보장을 위해 지급하는 것이니, 공무원이든 누구든 전 국민이 비등한 차원의 노후생활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해야 하는 것은 연금적립금이 적자가 나기 때문만이 아니다. 연금적립금의 적자여부와 상관없이 공무원연금 수령액은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의 차원에서도 하향 조정되어야 하지만 노후생활 이상의 연금이 지급되고 있기 때문에도 하향 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형편에서 현재의 공무원연금 수령액은 과다하기 때문에도 하향 조정되어야 한다.
둘째, 공무원 연금의 평균 수령액은 219만원이고 최고수령액은 700만 원인데 배해, 국민연금의 평균 수령액은 32만원이고 최고 수령액은 140만 원이며, 거기다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사람도 수백만 명에 이르는 터에 평균 32만 원을 받거나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일반 국민들이 세금을 내서 평균 219만 원을 받는 공무원들의 연금을 보전해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셋째, 그래서 앞으로 국민연금의 액수가 상향되도록 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공무원 연금의 최저액을 150만 원, 최고액을 250만 원 정도 되게 해야 한다.(이 액수는 2014년을 기준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은 일반국민들과 형평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50만 원 내지 250만 원이면 노후생활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혹 이보다 더 풍족한 생활을 하려면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든지 저축을 하는 것이 맞다. 연금은 그야말로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것이지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한 사업자금일 수는 없다. 정년퇴직을 하고서도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나, 그 일을 위한 자금은 별도로 조달할 일이지 연금으로 조달하려 해서는 안 된다.
국가로부터 받는 사회보장은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데 한정되어야 한다. 이것은 국가예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인간은 돈만 있으면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하는 일에서 보람과 기쁨을 누려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게 하려면 자기가 하는 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보를 양보하여 석유가 펑펑 나와 국가의 소득이 몇 배로 늘어난다고 해서 그것을 국민들에게 다 나누어 주어서 일하지 않아도 풍족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 못 된다. 국민이 행복하려면 자기가 하는 일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필자는 전 국민의 기본생활 곧 의식주와 의료, 교육은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경우 국가의 보장은 최소한에 그쳐야지 생활을 넉넉하게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국가예산을 절약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다. 행복은 자아실현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금액을 위와 같이 조정하려면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원칙에 입각해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서 조정해야 할 것이다.
넷째, 공무원들은 연금개혁을 반대하면서 그 논거로 자기들이 적립해둔 돈을 받는다고 하는데, 자기들이 낸 돈 역시 국가 내지 국민이 준 돈이거니와 자기들만 연금보험료를 낸 것이 아니라 국가도 꼭 같은 연금보험료를 지불했으니, 그런 주장은 옳은 주장이 못 된다.
그리고 연금보험료를 월급에서 공제한 것은 사실이지만, 월급을 정할 때 그런 것을 고려해서 월급을 정했기 때문에 연금보험료를 지불한 돈은 월급 외의 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공무원연금은 불로소득 내지 뜻밖의 소득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스스로 적립해서 받는다는 주장은 사실일 수가 없다.
다섯째, 공무원들은 임금이나 연금 등 근로조건을 국가와 계약을 하고 공무원이 되었는데, 사후에 국가가 일방적으로 계약대로 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데, 옳지 못한 주장이다. 공무원은 국가와의 계약에 의해서 공무원이 된 것이 아니고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공무원이 된 것이기 때문에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 그것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법률은 언제나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자기가 공무원으로 채용될 당시의 법률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법률의 개정권한은 국회에 있다.
만약 공무원들의 주장대로 공무원 임용 당시의 법률규정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면 지금보다 처우가 훨씬 낮았던 지난날의 보수규정에 따라 월급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해도 좋겠는가? 자기들에게 유리한 규정은 새 법률규정을 따르고 자기들에게 불리한 법률규정이 나오면 이를 반대해서야 되겠는가?
하여튼 공부원의 처우는 ‘행위 시의 법률’이니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이니 하는 것을 적용해서 따질 일이 전혀 아니다. 공무원의 처우는 정책사항인 바, 정책은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다만 연금 같이 장기적으로 운용되는 사안은 되도록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이 좋을 뿐이다. 그러나 변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여섯째, 공무원들은 자기들이 내서 조성해둔 돈을 국가가 다른 곳에 전용해 썼기 때문에 당연히 국가가 예산으로 보전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 주장도 옳지 않다. 지난 시기 국가가 공무원연금 적립금의 일부를 다른 곳에 일부 전용한 일이 있으나 그것은 이미 국가가 지원한 것으로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지금 공무원 연금이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의 전용 때문이 아니고, 근본적으로 내는 돈에 비해 받는 돈이 많은 것과 고령화에 따른 연금수령 기간의 획기적 증대 때문이다. 그리고 공무원연금을 본래 설계할 때 수령연령을 60세나 65세로 하지 않고 퇴직한 때로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것은 본래 잘못된 것이어서 그 잘못을 알았을 때 그것을 바꾸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리고 공무원 연금만 조정한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도 이미 조정했다. 지금 정부 여당이 제시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국민연금 개혁 때보다 강도가 훨씬 약하다. 국민연금도 개혁을 하는데, 공무원 연금은 왜 개혁을 못 한단 말인가? 국민연금보다 그 강도가 약한데도 말이다.
일곱째, 공무원 연금으로 갈등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보편적 복지를 실시하지 않고 정치적 필요에 따라 복지제도를 강구했기 때문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보편적 복지제도를 확립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정략적 차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복지제도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복지제도의 근본취지는 부익빈, 빈익부 곧 부자는 좀 손해 보게 만들고 가난한 사람은 좀 득을 보게 하는 제도인데, 우리나라 복지제도는 부익부, 빈익빈 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게 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하는 제도였다. 안정된 직장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공무원, 교사, 교수, 직업군인은 퇴직 후에도 월급의 70%나 받아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해 둔 반면, 자영업자, 저소득 노동자, 실업자 등은 연금이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 말이다.
국민연금이 생겼으나 이것은 1인의 최저생활비도 못 되는 연금을 받는 사람이 전체의 반을 넘고,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 할 사람들도 1,30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국민연금을 한 푼도 못 받거나 30만 원 정도 밖에 못 받고 있는 터에, 200만원내지 400만원을 받는 공무원들이 미미한 양을 깍으려고 하는 데 대해 사생결단하고 반대해서야 어떻게 이 사회가 유지될 수 있겠는가?
결론적으로 공무원들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국민을 위해서 정신을 차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직자로서 살아온 자신들 삶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금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공무원들의 행태를 보면 저런 사람들이 어떻게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생활을 했을까 싶으니 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끝까지 반대하는 공무원들은 국민의 이름으로 공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 맞다.
▲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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