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최고·중진회의에서 20대 총선 공천룰을 결선투표제 도입 문제를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9일 정면 충돌했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온 비박계 중진 이재오 의원이 먼저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자 친박계인 이인제 최고위원이 '아무 문제없다'며 맞서는 등 양측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우리당은 18대와 19대 공천에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며 “그래서 지난 당 대표선거때부터 지도부가 '패거리 공천이 아닌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새로운 정치를 정착시키겠다'고 공약했다”고 결선투표제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이건 중요한 문제이기에 당헌당규에 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당 당헌당규에는 결선투표제 자체가 없다"며 "후보경선의 중차대한 문제를 의총에서 말도 하지 않고 기정사실화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반발했다.

최고위가 지난 6일 만찬에서 결선투표제 도입 등 '공천 가이드라인'에 합의한 것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그는 특히 “특정지역의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해 공천룰을 만들겠다는 게 사실이라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 정당에서 말이 되는 이야기냐”고 ‘결선 투표제가 대구·경북(TK)지역에서의 물갈이를 겨냥한 제도’라는 분석에 대해 따졌다.

그는 결론적으로 "특정지역에서 특정인 배제를 위해 공천 룰을 만든다는 게 사실이면 이게 민주정당에서 특히 국민정당을 표방하는 우리나라에서 공천때만 되면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해 새로 제도를 만들고 이렇게 하면 당이 되겠나"라고 친박계를 정면 겨냥했다.

그러자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인제 최고위원이 "아무 문제없다"고 맞대응에 나섰다.

이 최고위원은 “이재오 의원이 결선투표제에 관해선 오해가 좀 계신 것 같다”며 "결선투표제는 경선의 한 방식으로 이건 당헌·당규와 아무 상관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선투표제는 여러나라에서도 많이 하고 있다"며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도 결선투표를 하고있다"고 이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최고위원은 “결선투표 없이 해버리면 기득권자가 다 (당선)되는 것이다. 거의 100 퍼센트다. 신인들은 분열해서 나눠먹지 않나. 그게 어떻게 공정한 경선인가. 결선투표는 예외 없이 50퍼센트 안 넘으면 1등 2등을 놓고 해야 한다. 그래야만 신인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결선투표제를 주장했다.

그러자 김무성계로 알려진 김을동 최고위원이 나서 "1차에서 50퍼센트를 넘는 득표를 할 수 있는 지역구가 몇 군데가 있겠냐"며 "전무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다면 전국에서 결선투표를 해야되는 게 아닌가. 그러면 더욱 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비박계의 논리를 대변했다.

이에 대해 김무성 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과 당원 참여비율) 퍼센트는 정해진 바 없다"며 "구체적 방법은 특별기구에서 논의도 하고 또 의원총회에서 의원들 의견을 수렴해야겠죠"라며 의총에서 공천 룰 문제를 공론화 시킬 수 있음을 강력 시사했다.

이동후 기자  ceo@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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