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사강국이 아니란 말인가?


▲ 신문명연구원 장기표 원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오늘 한겨레 칼럼 ‘누가 북한을 군사강국으로 포장하나’에서 북한을 군사강국으로 포장하는 것은 한국의 안보불안을 조성해서 미국산 무기를 한국에 팔아먹기 위한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정세현 씨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북한은 불과 6-8개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뿐인데도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그 수를 10-16개로 어림잡아 얘기하면서 5년 안에 10개 또는 50개, 최대 100개도 보유할 수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정 씨의 주장대로 북한이 핵무기를 6-8개만 보유하고 있다면 군사강국이 아니란 말인가? 핵무기 6-8개면 한반도를 초토화하고도 남을 무기인데, 이런 무기를 가진 북한을 어떻게 군사강국으로 보지 않을 수 있는가?
물론 핵무기를 20개 또는 100개를 갖게 되면 더 큰 군사강국이긴 하지만 핵무기를 6-8개 갖고 있다고 해서 군사강국이 아닌 것이 아니다. 명색이 통일부장관으로서 국무위원을 지낸 사람이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국무위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 국무위원을 지낸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정 씨가 분개하는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정 씨 스스로 군사문제에 권위를 인정하고 있는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는 2014년 6월 북한이 핵무기 6-8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는데도, 미국에 있는 ‘38노스’의 위트 연구원이 2015년 2월 북한이 핵무기를 10-16개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분석한 것은 북한을 군사강국으로 ‘포장’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정도의 차이를 ‘포장’했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다른 의도를 포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위트 연구원이 2020년에는 최소 20개 또는 50개, 최대 100개까지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한 것을 두고는 ‘포장’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것 또한 ‘포장’이란 말로 폄하할 일은 아니다. 지금 핵무기를 6-8개 보유하고 있다면 앞으로 5년 후에 핵무기를 20개 또는 50개, 최대 100개까지 보유하게 될 가능성은 충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장’이란 말을 쓸 정도로 부풀린 것이 아닌데도 ‘포장’이란 말을 써서 북한이 군사강국이 아닌 것처럼 말하는 정세현 씨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해석하자면 북한 핵무기에 대해 경각심을 갖거나 대책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런데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나 38노스가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놓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북한이 관련 자료를 일체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비난하자면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북한을 비난해야지 북한의 핵무기 현황을 분석한 사람들을 비난할 일이 전혀 아니다. 그리고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한 지가 10년째나 되고 그동안 3차례나 핵무기실험을 했으며 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10개 내지 20개를 갖고 있으리라고 추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이런 추정을 하는 사람을 엉뚱하다고 말하는 사람이야말로 엉뚱한 사람이고, 이런 엉뚱한 주장을 하지 않아야 할 사람이 이런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으니 그의 속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정도의 분석을 두고 ‘포장’ 운운해가며 미국의 무기를 팔아먹기 위한 것으로 주장하는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국무위원이 될 수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북한의 핵무기 보유나 이로 말미암은 안보불안은 미국의 무기를 구입하는 원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이 없는데도 안보불안을 조장해서 무기를 구입하려 한다면 비난해야 하지만 북한의 위협이 그것도 핵무기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무기를 팔아먹기 위해서 북한을 군사강국으로 포장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고의로 국가안보를 약화시키고 반미를 선동하기 위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지적해두고자 한다. 그는 글머리에서 ‘북한은 경제적으로 열악하고 정치적으로 불안해서 곧 붕괴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웬일인지 핵도 미사일도 맘대로 개발하는 군사강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도대체 이런 모순이 왜 일어나는 건가?’라고 말하고 있다.
도대체 이런 인식에 어떤 모순이 있는가? 이것이 사실이 아닌가? 북한은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한 것은 사실이 아닌가? 정세현 전 장관은 이런 사실을 모르는가? 정 씨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이 경제가 번창하든가 핵무기나 미사일을 못 만들든가 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렵고 정치적으로 불안한 것도 사실이고, 핵무기를 가졌으니 군사강국인 것도 사실이 아닌가? 다만 붕괴의 문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붕괴할 것으로 볼 만한 요인도 있고 붕괴하지 않을 것으로 볼 만한 요인도 있을 뿐이다.

아무튼 이런 사람이 이른바 좌파진영의 이데올로그로 간주되고 있으니 좌파진영의 북한인식이 올바르기가 어렵다.

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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