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편집국l승인2016.02.27l수정2016.08.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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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테러방지법 때문에 이 나라가 또 두 쪽으로 갈라져 사생결단식 싸움을 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개성공단 중단 등에 이어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있는데, 이러다가 나라가 온전할 수 있겠는지 걱정이다.

찬반 양 당사자들은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서는 손톱만큼의 이해도 없어 보인다. 이러다간 오히려 이 싸움 때문에 상대방을 테러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나라가 이렇게 두 쪽으로 갈리는 데 대해 야당이나 반정부단체들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음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이기 때문에도 그러하지만 사안마다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거나 갈등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결국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져 국정운영이 어렵고 국민이 살기 힘들어지면 대통령의 책임으로 귀결되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이런 책임문제를 따지거나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 현재의 상황에서 테러방지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겠는지에 대해서 필자 나름의 견해를 밝혀보고자 한다.

 우선 테러방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중동에서의 테러가 세계적 관심사가 될 때였다. 그래서 이런 주장이 제기되었을 때 필자에게 든 생각은 우리나라가 중동 테러단체들의 테러 대상이 되었단 말인가 하는 것이었다. 중동 테러단체들이 테러의 대상에 대한민국을 넣었다는 말을 들은 일도 없고 대한민국 국민이 그들의 테러대상이 될 만한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싶었기 때문이다. 억지로 테러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하면 그럴 수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할 필요는 전혀 없다. 백보를 양보하여 그들이 테러대상에 포함시키려 해도 우리는 우리나라가 테러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이 테러를 피하는데 도움이 되겠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스스로 중동테러단체들의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해서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떠들면, 그들은 당연히 우리나라가 자기들을 적대시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결국 중동 테러단체들의 테러를 막기 위해서 테러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떠드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중동 테러단체들의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청하는 것이 될 수 있겠으니 말이다. 공연히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말이 꼭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상대방이 나에 대해서 아무런 호오의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데도 내 쪽에서 상대방의 공격에 대비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강구한다면 그것은 상대방과의 관계가 좋지 않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 될 테니, 이것은 상대방의 공격을 불러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래서야 어떻게 상대방의 공격을 피할 수 있겠는가?

 북한의 핵무기 실험과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북한이 테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테러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핵무기와 미사일이 테러용인가? 테러방지 대책으로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응하겠다는 것인가? 테러 방지 대책이나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한 전략적 대응 필요성을 간과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즉 테러방지법 운운함으로써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한 정부의 전략 방침을 이해할 수 없게 한다면 이것은 정부의 전략적 대응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소탐대실이고 본말전도가 아닐 수 없다.

 개성공단 중단도 마찬가지다. 개성공단을 중단할 전략적 이유가 있다는 점을 밝혀야지, 돈줄 차단과 같은 사소한 점을 중단의 이유로 내세움으로써 전략적 이유가 없는데도 개성공단을 중단한 것처럼 인식되게 함으로써 내부분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니 말이다.

 테러방지의 핵심적 내용은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통신내역, 출입국정보, 금융거래내역, 질병이나 전과 등에 관한 정보를 국정원이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인데, 테러 위험인물로 누구를 상정하고 이런 내용의 법을 제정하려는 것일까? 중동단체들을 테러위험인물로 간주하고 있다면 이들의 통신내역 등을 우리나라가 조사할 수 있겠는가? 북한 사람을 테러 위험인물로 상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북한 사람을 어떻게 조사하겠다는 것인가?

결국 내국인을 테러 위험인물로 상정하는 것인데, 그러면 내국인들이 중동 테러단체나 북한과 연계해 테러를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런 사람이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런 국민이 나타난 것이 없는데도 그런 사람이 나타날 것을 전제하는 것은 내 나라 국민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서야 어떻게 국민이 반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야당 등이 이 법의 제정을 반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필자는 테러방지법 자체에 대한 찬반을 말하고 싶지 않다. 이 엄중한 시기에 이런 문제로 갈등을 조장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서 국정운영, 특히 대북정책 내지 통일정책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그리고 이런 정세 속에서 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 민족통일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지금 미국과 중국이 북한 핵문제를 계기로, 그리고 이를 활용해서 동북아시아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엄청나게 격돌하고 있는 때에, 우리가 이 상황을 주도하기는커녕 끌려 다니면서 결국 민족통일도 이루지 못하면서 곤란한 지경에 놓이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것이 문제다. 결국 정부가, 그것도 대통령이 잘 해야 하는데 그걸 것 같지 않아 걱정스럽다.

그러나 세상사 인연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사람이 잘 대처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미 어떻게 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다만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과를 최대화하려면 이에 대한 준비가 철저해야 할 뿐이다. 이런 점에서 누구나 자기의 위치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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