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자존감이 있는가?

법무장관과 민정수석비서관의 사표제출은‥박근혜 대통령의 편에 서있지 않겠다는 뜻 편집국l승인2016.11.27l수정2016.11.27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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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사건과 관련하여 대국민 사과를 한 직후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입장을 표명했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즉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 여러분! 최순실 씨 사건으로부터 비롯된 모든 문제는 제 불찰의 탓입니다. 그래서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저에게 있습니다. 저는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가 없고 또 수행해서도 안 됩니다. 저는 대통령직을 사퇴코자 합니다.

그런데 지금 사퇴하면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안에 대통령을 새로 선출해야 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5년간 국정을 담당할 새 대통령을 선출하게 되는데, 이래서는 좋은 대통령을 선출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저의 임기 4년이 끝나는 내년 2월 25일에 대통령직을 사퇴코자 합니다. 이렇게 하면 4월 27일 전에 선거를 해야 하니 6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저의 이런 뜻을 받아들여서 좋은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때는 미르재단 등이 최순실 씨 등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다는 정도의 몇 가지 사실만 드러났을 뿐 지금처럼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들은 드러나지 않았을 때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입장을 표명하면 민주당 등은 이를 받아들이기 싫겠으나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사퇴하면서 이런 입장을 표명하는 터에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 지탄받을 수 있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보수진영도 대통령 선거에 대비할 수 있는 기간을 확보할 수 있어 받아들일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나는 왜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을까? 물론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연히 고집을 부려 부질없는 해명이나 하면서 버티게 되면 나라가 크게 어려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도 위한 것이었다. 어차피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자의로 그만두면 덜 비참해지겠지만 타의로 쫒겨나면 비참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주장한 더 깊은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도 자존감을 잃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존할 줄 알아야 한다. 남의 비난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스스로 자기를 비하할 때 인간은 비참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라도 잘못을 범했으면 그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새 출발을 하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는 길이 된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어떤가?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다. 나라야 망하든 말든 버틸 수 있는 한 버텨보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나라가 어려워지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고 있는데도 말이다. 뭇 사람이, 아니 절대다수의 국민이 ‘저렇게 하는 것은 대통령의 도리가 아닌 것은 물론 한 인간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안타까워해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어쩌면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더 이상 망가질 것이 무엇이 있겠나? 가는 데까지 가보자’라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자포자기한 모습이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보통사람도 아니고 대통령이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존감을 회복하기 바란다. 어떤 경우에도 그것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낼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잘못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내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내야 한다. 그러려면 타의로 물러날 것이 아니라 자의로 물러나야 한다. 자의로 물러나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지만 타의로 물러나면 자존감은커녕 자멸할 것이니 말이다. 지금 어차피 오래 버티지 못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되어 있다. 탄핵이 의결되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을 것이니 말이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을 맡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을 대통령의 자리에 그대로 있도록 지켜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민심이 떠났다.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란 말이 지금처럼 딱 들어맞는 때가 없을 것이다. 법무장관과 민정수석비서관의 사표제출은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의 편에 서있지 않겠다는 뜻의 표현이다. 청와대와 내각의 고위 공직자는 물론이고 검찰, 법원, 경찰, 군대 등 다른 공직에서도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을 편드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무슨 수로 더 이상 버틸 수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후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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