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말 대표팀 지뷔봉을 잡은 이후 처음으로 유럽 팀을 상대로, 그것도 적진에서 싸워 무승부를 거둔 허정무 감독은 시차, 기후, 그라운드 사정 등 여러모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선전을 펼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15일 오전 (한국시간) 덴마크 에스비에르 블루워터아레나 스타디움에서 열린 덴마크와 친선경기에서 0-0으로 비기고 나서 "또 다른 상황이었으면 아마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예전 같으면 쉽게 무너졌을 텐데 우리 선수들이 많이 달라졌다. 값진 경기였다"고 말했다.
다만 슈팅을 아끼는 등 미숙한 마무리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다음은 허정무 감독과 일문일답.
-- 경기를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덴마크는 좋은 팀인데 우리 선수들도 나름대로 못 하지는 않았다. 힘든 경기였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시차, 특히 운동장 사정이 좋지 않아 고전했는데 이제 어느 팀과도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종종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졌는데 그라운드가 미끄러워 힘들었을 것이다. 상대도 마찬가지다. 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려웠다. 공격에서는 슈팅을 해야 할 때 과감하게 하지 않고 너무 마지막까지 파고들어가려 했던 점이 아쉽다.
-- 박지성이 한달만에 실전을 치렀는데. 세르비아와 경기 때도 출전시킬 계획인가.
▲처음부터 50-70분 정도만 뛰게 할 생각이었다(박지성은 이날 선발 출전해 후반 21분 교체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피지컬 트레이너도 두 경기 모두 90분을 소화하면 무리일 것이라고 걱정했고, 우리도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 18일 세르비아와 경기를 생각해 다 뛰게 하지 않았다. 다음 경기 때도 오늘 정도 뛰게 할 것이다.
-- 감독 부임 이후 가장 강팀과 경기했는데.
▲우리 선수들은 계속 도전하고 목표 의식이 분명하다. 점점 좋아질 것이다. 유럽의 강팀과, 그것도 상대의 홈에서 싸웠다. 미처 시차 적응도 되지 않았고 그라운드 사정도 안 좋았는데 우리 선수들이 잘싸워줘 자랑스럽다. 우리 선수들은 발전 가능성이 있다. 유럽 선수들의 장점을 직접 부딪치면서 느끼고 보완해야 할 점을 찾았을 것이다.
-- 이동국의 플레이를 평가한다면.
▲앞에서 키핑을 해주고 파괴해줄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 박주영(AS모나코)이 있었다면 좀 나을 수도 있었겠지만 전반적으로 오늘 우리 공격수들은 아쉬웠다. 미드필드에서 잘 하다 공격에서 마침표를 찍어주지 못했다. 오늘 스트라이커로 이동국과 이근호, 설기현 등이 뛰었는데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 했지만 뜻대로 잘 안 됐다.
-- 수비에서 여러차례 허점을 노출했는데.
▲상대에게 찬스를 주기도 했지만 우리가 만들기도 했다. 돌파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우리도 파고들어가 상대 골키퍼와 단독으로 맞서기도 했다. 완전하게 차이가 나는 팀끼리가 아니라면 서로 주고받는 경기를 하게 된다. 떨어지는 볼, 그리고 서로 경합을 하다 패스가 들어왔을 때 다음 동작 등은 보완해야 할 것이다. 공격에서는 마지막 슈팅 찬스에서 너무 아꼈다. 과감하게 슈팅을 해야 한다.
-- 후반 설기현의 헤딩골은 오프사이드 판정이 났는데.
▲아무래도 원정경기다 보니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오프사이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 세르비아와 경기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내일 다섯 명(정성룡, 김정우, 기성용, 김치우, 곽태휘)이 소속팀의 K-리그 플레이오프 일정 때문에 귀국한다. 나머지 멤버로 풀가동해야 한다. 아무래도 공백은 있겠지만 남은 선수들을 총동원해 점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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