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관계자는 16일 "상장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여 세계적인 보험사로 도약하려는 것"이라며 상장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자본확충은 물론 삼성차 채권단과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삼성차 부채 문제의 실타래를 풀려고 삼성생명 상장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삼성생명의 기업공개가 이뤄지면 삼성그룹 사주 일가와 계열사가 막대한 상장 차익을 거두게 된다. 이에 따라 상장 차익을 삼성생명 성장의 밑거름이 된 보험 계약자(가입자)에게도 나눠줘야 하지 않느냐는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 내년 상반기 상장 목표
삼성생명은 이번 주 중 상장 주간사 입찰을 위한 제안서를 배포하고 다음 달 초 주간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공모 등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에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동양생명이 생보사 가운데 처음으로 상장한 데 이어 미래에셋생명과 대한생명이 상장 준비 작업에 착수했지만 삼성생명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상장을 서두르면서 그 배경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상장 요건이 갖추어졌고, 세계적인 회사가 되기 위해 상장할 필요가 있다"라며 "삼성생명 주식이 유동화되면 삼성차 부채 해결에도 도움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생명이 상장을 미룬 것은 그룹 지배구조와 관계가 있다.
종전에는 삼성생명이 상장하면 주식이 시세로 평가되면서 1대 주주인 에버랜드가 가진 삼성생명 주식이 자산 총액의 50%를 넘게 되고, 이에 따라 에버랜드가 자동으로 금융지주사가 된다.
금융지주회사는 제조업 자회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고 의결권도 제한받기 때문에 에버랜드는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팔아야 했다.
이 경우 이건희 전 회장 일가의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고 에버랜드의 삼성전자 지분을 다른 계열사가 매입하더라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상장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 초에 이 전 회장이 차명계좌를 실명 전환하면서 삼성생명 1대 주주로 올라서 삼성생명이 상장하더라도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되는 상황을 피하게 됐다.
◇ 삼성차 부채 문제 해결되나
삼성생명이 상장하면 삼성그룹은 삼성차 부채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1999년 삼성차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채권단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이 전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 원에 채권단에 제공했다.
채권단과 삼성은 삼성생명 상장 등을 통해 빚 2조4천500억 원을 갚고 추가 손실이 발생하면 이 전 회장과 계열사가 보전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상장이 이루어지지 않자 2005년 12월 채권단은 부채와 이자 등 약 5조 원의 상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1심에선 대부분의 쟁점에 대해 채권단의 손을 들어주며 삼성 측이 채권단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을 대신 처분해 2조3천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후 삼성의 항소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늦어도 내년 초 법원 인사 전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가 선고를 미루고 조정으로 방향을 급선회하고 삼성도 삼성생명 상장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삼성차 부채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이 삼성생명을 상장시키고 주식을 팔아 삼성차 부채를 갚으면 된다는 것이다.
삼성차 채권단 관계자는 "오늘이 1차 조정일인데 향후 조정 결정에 상장 방안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상장차익 배분 논란 재연되나
삼성생명 상장을 계기로 생보사 상장 차익의 배분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생보사 주주들이 얻게 되는 상장 차익의 일부는 보험 계약자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이었다. 회사가 이익을 내고 성장하는데 주주뿐 아니라 보험 계약자도 기여했으니 그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생보사 상장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하자 정부는 2007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을 개정해서 생보사들이 상장 차익 배분 없이 상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생보사들은 당시 상장 차익 배분 논란을 의식해 20년에 걸쳐 공익기금 1조5천억원을 조성해 희소.난치성 질환 치료 지원, 자살 방지 활동 등을 벌이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세전 이익의 1.5%를 내기로 했다.
그러나 보험소비자연맹 등 일부 시민단체는 "계약자에 대한 직접적 보상이라는 원칙을 훼손했다"며 "삼성생명의 출연금은 20년간 7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지만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2천656억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시민단체가 추정한 이 전 회장과 이재용 전무의 삼성생명 지분(9.39%)에 대한 상장 차익은 1조7천억 원에 달했다. 현재 이 전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은 20.76%로 늘어나 있어 상장 차익이 커지는 만큼 차익 배분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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