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정선희씨 "궁금증 밝히려는 노력의 결과"
(수원=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농촌진흥청 기능직 공무원이 전문 서적에 이어 논문까지 발표해 화제다.
주인공은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가금과에 근무하는 정선희(40.여)씨. 1992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농진청에 들어와 가금분야 시료 분석에 종사해 온 정씨는 지난 8월 가금류 연구 분석 작업 실용서인 '사진으로 엮은 가금분야 영양.사양 분석 매뉴얼'이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연구에서 사료를 통한 영양분석 작업은 연구 결과물을 얻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업무지만 일을 처음 시작하는 기능직 후배들은 낯선 기계와 익숙하지 않은 실험 재료로 곧잘 실수를 저지른다는 것.
정씨는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분석 작업의 정확도를 높이려고 사진을 통해 각종 작업을 쉽게 설명해 주는 200페이지 분량의 책자를 발간, 후배들의 박수를 받았다.
정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올해 '한국동물자원과학회' 최근호에 두 편의 논문도 발표했다.
연구직 공무원들이 분석을 의뢰하며 가져오는 계란과 닭고기가 저장 기간이나 방법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는 것이 궁금했던 정씨는 그동안의 자료를 정밀 분석해 '계란의 보관 온도가 난질에 미치는 영향'과 '한국 토종닭의 보관기간에 따른 혈액성상 변화'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정씨는 "전문 연구원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동안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기에 애착이 가는 논문"이라며 "쉽게 말해 계란은 5℃의 온도에서 가장 오래 보관할 수 있음을 시료 분석을 통해 증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맡은 데이터만을 분석해 연구원들에게 제공하면 몸도 마음도 편하지만 수시로 달라지는 분석 자료에 대한 궁금증에 몸이 달았다"며 "이런 궁금증을 정확하게 해석하려는 노력이 논문 발표로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농진청 가금과 서옥석 과장은 "기능직도 연구직 못지않게 자기 업무에 전문적인 실력을 갖고 있음을 정선희씨는 잘 보여주고 있다"며 "질 높은 연구결과를 도출하려면 연구직과 기능직 간 상호협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며 정씨는 이를 통한 시너지 창출의 증인"이라고 칭찬했다.
정씨는 "올해는 국내 논문이었지만 가금류 시료 분석 작업에 매진하다 보면 내년쯤에는 국제 학회에 내놓을 만한 논문이 나올지도 모른다"며 "하고 있는 업무에 조그마한 아이디어가 섞이면 훌륭한 연구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주변의 격려가 무엇보다 고마웠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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