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운동선수 비위 '수사 은폐'…관리·감독 허점, 제도적 보완해야

편집국l승인2023.12.04l수정2023.12.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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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소속 운동선수들의 경찰 수사 은폐 사건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실효성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광주·전남에서 지자체 소속 운동선수의 성범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고 있으나 해당 지자체와 체육회는 범죄 사실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전남 한 지자체 소속인 운동선수 A씨는 최근 술집에서 여종업원을 추행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유죄를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 2021년 11월쯤 광주 서구의 한 술집에서 종업원의 신체를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시 전남 한 지자체 소속이던 A씨는 경찰 수사를 받는 사실을 코치에게 알렸으나, 코치는 자의적인 판단으로 지자체나 전남도체육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전국 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좋은 성적을 냈고, 올해 전남의 다른 지자체 실업팀과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물론 코치까지 계약 전후로 수사나 재판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서 해당 지자체는 범죄 연루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8월에는 광주 한 실업팀 소속 운동선수 B씨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준강간)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B씨는 지난해 7월 광주 한 모텔에서 항거불능 상태에 놓인 20대 피해여성을 간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도 수사나 재판 사실을 알리지 않아 지자체와 체육회 등은 사실관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던 상태였다.

해당 지자체는 B씨의 의원면직(사직) 신청을 받아들이고 1800여만원 상당의 퇴직금을 지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B씨의 범죄 사실이 알려지자 소속 지자체는 뒤늦게 진상조사를 벌였고, 특별감사 과정에서 또다른 소속 선수 C씨가 지난 2021년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일선 선수들의 범죄 행위에도 소속 체육회나 지자체가 경찰 수사·재판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것은 관리·감독 시스템의 허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제도 하에서는 선수들이 범죄에 연루돼도 본인 등이 직접 밝히지 않으면 관리·감독 기관이 인지하기 어렵다.

공무원 등이 범죄에 연루될 경우 경찰은 해당 부서에 수사개시를 통보하고, 지자체는 '직위 해제'라는 제도를 통해 당사자를 분리조치한다. 이후 유무죄가 결정되면 징계위원회를 거친다.

반면 선수들은 별도의 수사개시 통보를 받지 않는다. 이들은 성적과 기여도 등에 따라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씩 지자체와 계약, 연봉협상을 하는 계약식 체계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체육회 등이 범죄 연루성을 자체 파악하는 경우엔 유무죄에 따라 추후 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

가장 높은 징계 수위는 파면에 준하는 '영구제명'이며 그 이후로는 '선수 정지'다. 선수 정지는 단기(6개월~1년)와 장기(3~5년)로 구분된다.

단기적인 선수 정지 징계를 받을 경우는 스스로 떠나는 수순이 아니면 추가 징계가 어렵다.

자신의 범죄를 지도자나 체육회 등에 보고하더라도 '운동선수'라는 특성상 묵인해주려는 체육계의 고심도 있다.

운동선수는 활동 기간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짧고 경기에 뛸 수 있는 기간도 한정되다 보니 선수들에게 징계는 선수 생명 중단으로 직결될 수 있다.

'우선 덮어놓고 나중에 처벌을 받자'는 식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이유다.

반대로 사법 판결 전 자체 징계를 받았는데, 이후 무죄 선고가 나더라도 이에 대한 보상체계는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

한 체육부 감독은 "범죄는 이유불문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선수의 한순간의 잘못이 평생 해온 모든 노력을 망치는 상황이 되는 것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면서 "단순히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 선수의 미래와 인성을 생각하는 체육계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전남도체육회 관계자는 "선수 개인이 범죄에 연루됐다 한들 사생활이다 보니 본인이 직접 보고하지 않는 이상 체육회나 협회 차원에서 먼저 살필 수 있는 점검책이 없음을 이번 계기로 인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인 운동선수가 사건 이후에도 경기에 출전하는 등 정상적인 활동을 지속했을 때 2차가해로 받아들이 수 있다"며 "반면 형사 처벌보다 앞선 처벌이 이뤄질 경우 선수에 대한 피해 우려가 높다. 양 부분을 모두 고려한 시스템 정비 방안을 고려해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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