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경찰청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표정을 지을 줄 아는 경찰관이 있다.
'수사 베테랑'으로도 이름 높은 수사 1계의 김홍복(56) 경위.
김 경위는 지난 18일 대한적십자사가 50회 이상 헌혈자에게 수여하는 헌혈 유공금장과 포장증을 받았다. 그의 헌혈 횟수는 지난 15일 기준으로 72회에 달했다.
김 경위가 처음 헌혈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78년. 당시 간 경화로 급히 수혈이 필요했던 친구 아버지를 위해 헌혈을 한 뒤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형사로 현장을 누비느라 정신없이 바쁘던 10년을 제외하고는 1년에 3~4차례씩 꾸준히 헌혈을 했고, 작년부터는 2주에 한 번씩 퇴근길에 부평 헌혈의 집을 찾아 피보다 소중한 '사랑'을 나누고 있다.
김 경위의 왼쪽 팔에는 혈관이 보이지 않는다. 헌혈을 위해 주사 바늘을 워낙 많이 찌른 탓에 혈관이 숨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내년까지 100회, 정년퇴직하는 3년 후까지는 150회 헌혈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오른팔을 자신있게 흔들어 보인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김 경위는 집에서 인천경찰청까지 6km 거리를 매일 걸어서 출퇴근한다. 헌혈을 계속하려면 건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의 이 같은 열정은 '단골 헌혈처'인 부평 헌혈의 집에서도 유명하다. 부평 헌혈의 집 관계자는 23일 "연세도 적지 않으신데 2주에 한번씩 어김없이 들러서 헌혈을 하시는 분"이라면서 "특히 전혈(全血)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절차도 번거로운 혈소판 헌혈을 불평 한 마디 없이 해주셔서 인상 깊었다"라고 말했다.
최근 신종플루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헌혈이 급감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헌혈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근거없는 두려움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에게 김 경위는 이렇게 말한다.
"어딘가 나의 피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항상 있습니다. 1초만 '따끔'하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데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죠"
myo@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저작권자 © 에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 대통령, 총리·비서실장 인선에 깊어지는 고심…총선 수습 출발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