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23일 산림청 헬기가 추락하면서 산불을 진화하는 최고의 헬기 정조종사가 되고 싶었던 기장들의 꿈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산림청 영암 산림항공관리소 소속으로 산불진화 훈련에 나섰다가 숨진 이중배(46), 이용상(44) 기장은 비행경력이 4천317시간, 3천348시간이나 되는 베테랑 조종사들로 정조종사를 눈 앞에 두고 있었다.

육군 소령, 해군 소령으로 각각 예편한 이들은 지난 2007년 1월 산림청에 나란히 입사해 지금까지 헬기 부조종사로서 산불 현장을 누벼왔다.

재난 현장에서 헬기를 온전히 책임지는 정조종사가 되고 싶었던 이들은 이날 선임 기장과 함께 `카모프(KA-32T) 헬기 정조종사 훈련'에 나섰다.

산불진화 기술을 연마해야 했던 이들은 영암호 상공에서 `담수(湛水)' 훈련에 매진했지만 헬기가 추락하면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동료들은 "두 기장은 지난 봄 산불 집중 기간에 집에도 가지 못하고 밤새도록 헬기를 타거나 본부를 지키는 등 동료들에게 강한 책임감을 보였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또 지난주 신종플루 확산으로 헌혈 참여자가 감소했다는 소식에 헌혈에 나서는 등 이웃사랑을 실천하는데도 아낌이 없어 동료들의 귀감이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부조종사와 함께 숨진 박용규(52) 기장도 육군에서의 비행시간을 포함해 비행경력이 5천99 시간에 이르는 조종사였다.

지난 1996년에 산림청에 들어와 정조종사로 활약하며 두 후배에게 비행을 지도했던 박 기장은 최근 가을 산불이 고개를 들면서 주말에도 전주 집에 가지 못하고 비상대기를 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한 동료는 "다정다감하고 항상 동료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심어주려 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저 세상으로 떠나 침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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