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19세기 미국 서부>

'피와 천둥의 시대' 출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19세기 미국 서부는 미국 역사 속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배경 가운데 하나다. 잔혹한 핏빛 죽음과 천둥 같은 대포소리가 난무하던 이 혼란의 시기를 배경으로 수많은 영화와 문학이 만들어졌다.

미국 작가 햄튼 사이즈가 이 시대에 대해 쓴 역사서 '피와 천둥의 시대'(갈라파고스 펴냄. 원제 Blood and Thunder)는 논픽션이지만 어떤 영화나 문학 작품보다 박진감이 넘친다.

'미국의 서부 정복과 아메리카 인디언 멸망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19세기 미국이 서부를 점령해가는 모습과 아메리칸 인디언이 몰락하고 파멸해 가는 모습을 치밀하게 복원하며 서부 정복의 이면에 담긴 진실을 파헤친다.

책은 서부 시대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키트 카슨과 아메리칸 인디언 가운데 가장 번창했던 나바호족, 서로 반대편에 서 있던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켄터키주 메디슨카운티의 개척민 가정에서 태어난 카슨은 어려서부터 근처에 살던 여러 원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그는 인디언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그들의 방식의 존중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서부 정복의 또다른 주역인 지형학자 프리몬트의 서부 원정대에 참가하게 되면서 카슨은 인디어의 친구에서 인디언 학살자로 변하게 된다.

한편 아메리칸 인디언 최대의 종족이던 나바호는 스페인과 멕시코에 이어 미국마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해오자 다른 인디언들과 마찬가지로 피할 수 없는 전쟁에 발을 담그게 된다.

스페인과 멕시코를 상대로 우월한 싸움을 벌였던 나바호였지만 "번개를 쏘아대는" 미국인들에게 비이성적인 공포를 품게 된다.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햄튼 사이즈는 치밀한 연구와 자료 조사를 통해 19세기 미국 서부의 모습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렸다.

입체적인 인물들을 중심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저자의 판단을 섞지 않은 객관적인 문장으로도 메마른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피와 천둥의 시대'는 현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손에서 영화로도 제작 중이다.
홍한별 옮김. 704쪽. 2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