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인도판 9.11'로 불리는 뭄바이 테러가 발생한 지 26일로 1년이된다.
사상 최악의 테러로 170여명의 귀중한 생명과 경제 중심지 뭄바이를 상징하는 건축물 타지마할 호텔이 유린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인도는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테러범들의 공격 계획을 알고도 당했다는 비난을 받았던 정보 및 수사 당국은 신임 내무장관인 팔라니아판 치담바람의 지휘 아래 치안 시스템을 정비하고 기강을 바로 세웠다고 한다.
또 테러세력 감시를 위해 지난 4월 이스라엘에서 구입한 첩보 위성 'RISAT2'를 쏘아 올렸고 해안경비 강화를 위해 80척의 경비정과 3천명의 해안 경비 병력을 추가했다.
이런 정부의 노력들 탓인지 그동안 인도의 주요 도시에서 주기적으로 벌어지던 폭탄테러가 지난 1년간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테러로 쑥대밭이 됐던 뭄바이 타지마할 호텔도 지난해 12월 신관이 영업을 재개한 데 이어 '헤리티지 윙'도 상흔을 씻어내고 영업 재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 테러범들의 공격을 받았던 차하트라파티 시바지 기차역과 마즈가온 지하철 역사, 크로퍼드 시장, 카마 병원 등은 정상의 모습을 되찾았고 외국인 관광객의 명소였던 '카페 레오폴드'는 테러의 기억을 손님 유치에 사용할 정도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9.11테러 이후 미국이 자국내 테러를 원천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국토안보부와 같은 통합기구가 마련되지 않았고, 테러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던 고위 관리들은 소리 소문 없이 예전의 업무에 복귀했다.
또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파키스탄 무장단체 '라시카르-에-토이바(LeT)'가 인도와 미국의 압력에도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인도를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디파크 카푸르 인도 육군참모총장은 24일 "우리측 정보에 따르면 파키스탄에는 아직도 42개의 테러범 훈련캠프가 있다. 이 캠프에는 대략 2천∼2천500명의 무장대원들이 있으며 이들은 인도 침투작전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또 A.K. 안토니 인도 국방장관은 최근 파키스탄 군 기지 내에 무장세력 훈련 캠프가 있다면서 반인도 무장세력과 파키스탄군 사이의 연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9.11테러 이후 미국 정부가 취한 치밀한 테러 대비가 뭄바이 테러 이후 인도에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민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뭄바이 테러로 친척을 잃은 예스 은행의 라나 카푸르 최고경영자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뭄바이 테러와 같은) 사건은 사람들이 단호한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9.11테러는 미국에 그런 계기가 됐지만, 뭄바이 테러는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테러 당시 친구를 잃고 무력한 치안 시스템을 방치한 정부를 개혁하고자 지난 5월 총선에 나섰으나 고배를 마셨다는 미라 히란다니 산얄은 도시 엘리트 계층의 정치적 무관심을 질타했다.
산얄은 "우리 같은 사람들은 투표하기를 꺼린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 시스템을 비판할 기회를 잃는다"며 "정치적 압력이 없으면 변화를 위한 자극이 먹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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