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펠트<독일>=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리오넬) 메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헤딩골을 넣고 나서 내가 디자인한 축구화에 입을 맞췄을 때가 가장 감동적이었습니다."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업체인 아디다스의 독일 헤르초겐아우라흐 본사에서 근무하는 축구화 디자이너 이정우(30)씨는 26일 가장 보람 있었던 장면을 떠올렸다.

생소한 축구화 디자이너로 아디다스의 심장부에서 일하는 그는 열살 때 부모님을 따라 영국으로 건너갔고 런던에서 중, 고교를 나오고 코번트리대학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했다.

그가 아디다스와 인연을 맺은 건 2005년.

대학교 3학년 때 자동차 회사인 벤츠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나서 대학 졸업 후 같은 회사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출발한 그는 2003년부터 2년 동안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업체인 휠라에서도 일했다.

우연한 기회에 아디다스의 축구화 디자이너 모집 공고를 접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열렬한 팬이자 축구를 좋아하는 그는 2005년 합격 통지를 받고 아디다스로 직장을 옮겼다.

아디다스의 자유분방한 회사 분위기에 적응한 그는 자동차 대신 축구화를 디자인하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고 축구화 아디퓨어 Ⅰ, Ⅱ 시리즈와 F50ⅰ 디자인에 참여했다.

축구화를 디자인하면서 세계적인 축구 스타인 `하얀 펠레' 카카(레알 마드리드)를 직접 만나 발을 스케치했고 샘플을 만들어 완성품이 나오기 전까지 제작 과정에서 수시로 의견을 들어 반영하기도 했다.

특히 F50i은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지난 5월 맨유와 바르셀로나가 격돌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때 메시가 헤딩골을 넣고 나서 축구화를 들어 입에 맞추는 세리머니를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땀과 열정이 배어 있는 F50i 축구화를 최고의 스타가 신는 것만 해도 자랑스러운데 경의를 표하는 의식까지 했으니 감동이 크지 않을 수 없다.

두 살이 된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태극마크를 단 한국 선수들이 신고 있는 모습을 꿈꾼다. 또 최고의 선수들이 자신이 디자인한 축구화를 신었을 때 더욱 돋보이기를 원한다.

그는 "우리 디자인실에 근무하는 네 명 중 한 명만 독일인이고 나머지 3명은 모두 다른 나라 출신이다. 디자이너 중에는 나처럼 자동차 디자인 전공자는 물론 진공청소기 디자인을 했던 사람 등 다양하다.

회사가 창의적이고 열린 사고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많은 디자인 전공자들이 더 큰 무대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수들이 신어도 불편하지 않고 각자 취향에 맞는 최고의 축구화를 만들고 싶다. 내가 만든 축구화를 신은 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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