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안은 외고 폐지의 '완곡한 표현'"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전국 외국어고등학교 교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성화 고양외고 교장은 26일 공개된 고교체제 개편안에 대해 "외고를 없애는 2안은 재고할 여지가 없고 1안은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조건이 붙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강 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외고 축소나 폐지를 골자로 한 고교체제 개편안에 대해 "선발 방법만 바뀔 것으로 생각했는데, 차라리 외고를 폐지하라는 것이 직설적"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강 회장은 "개편안은 용역 결과에 불과한 것이지 교육과학기술부의 확정안은 아니다"며 "교과부가 전문가 집단인 만큼 최종안이 나올 때는 외고 입장이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향후 정부 조처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음은 강 회장과의 일문일답.

--고교체제 개편안이 공개됐다.
▲2안은 외고를 자발적으로 폐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고 2안은 사립외고들이 수용할 수 없는 일방적인 요구조건이 붙었다. 선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으면 바람직한 선발 방향이 모색됐어야 한다. 외고는 합법적으로 승인받은 학교체제다. 학부모들은 외고에 대해 급당 학생 수가 많다거나 학급이 많다고 개선을 요구한 적이 없다. 교육 혼란이 거듭되고 있는데, 더 큰 혼란이 초래됐다.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학생 수를 4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시설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가뜩이나 일반고보다 2.5배∼3배 등록금이 비싸 말이 나오는데 더 이상 등록금을 올릴 수는 없다. 3년째 등록금을 동결했다. 외고는 비영리법인이지 기업이 아니다. 외고는 영리를 취한 적도 없으며 그동안 국고보조도 받지 못했다. 역차별을 받은 것이다. 그동안 사교육비 감축방안을 마련하고 영어 듣기평가, 구술면접 없애겠다고 협조를 했는데 반강제적인 개편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율형사립고나 국제고 전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져 생각하고 싶지 않다. 대안이 대안같아야 간다고 하고 국가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생각이 돼야 따라가는데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다. 국제고가 외고와 비슷한데 외고의 장점을 많이 가져갔다. 그러나 외고가 원조다. 또 국제고도 정체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외고와 국제고의 발전적 모형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영어를 바탕으로 국제적 마인드를 키우는 국제고로 갈 경우 제2외국어는 다 죽는다.

--그렇다면 대응방안은 있나.
▲먼저 교과부와 의논을 해봐야 한다. 개편안은 용역 결과일 뿐이다. 연구팀에서 개편안을 만들면서 2주 전 외고 교장 5명을 불러 입장을 들은 게 전부다. 교과부는 지금이라도 외고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 바람직한 방향을 도출해야 한다.

--다른 외고 교장들의 의견은.
▲오늘은 전화통화만 했지만 모두 같은 마음이다. 특히 사립외고 교장들은 외고 폐지의 완곡한 표현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내일 공청회 때 만나 모임을 가질 것이다. 아직 시간은 있다. 교과부와 협의해 보고 현실적으로 감안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볼 것이다.

--학생, 교직원, 학부모 반응은.
▲아직 잘 모른다. 내일 언론에 보도되면 많은 걱정을 할 것이다. 그러나 모두 학교를 믿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은.
▲아직도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과 교과부가 교육전문가 집단이라는 것을 믿고 있다. 외고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최종 결과가 나올 때는 외고의 입장이 반영돼 외고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결론지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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