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극심 `거북이 길'…"개통 초기현상일뿐"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지난달 30일 오후 4시 차량정체 행렬이 서울과 경기도 과천을 잇는 남태령 초입부터 서울 방향으로 사당사거리를 지나 이수교차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경기도 시내버스 기사 박모(45)씨는 버스전용차로 옆에 줄지어 선 차량들을 바라보며 "동작대로에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생기고서부터 이렇게 밀린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이긴 하지만 평일 낮에 이렇게 막히지는 않았다"며 "주말에는 남태령 너머 과천, 안양에서부터 밀린다"고 전했다.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신대식(31)씨는 "동작대로 교통체증이 너무 심해 우회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중앙차로에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이런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구간이 낮 시간에도 상습 정체구간으로 변한 것은 11월21일 사당역과 이수교차로 사이 동작대로 2.7㎞ 구간에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들어서면서부터.

왕복 8차로인 동작대로는 서울 도심과 강남, 서초지역과 과천ㆍ안양 등 수도권 남부지역을 연결하고 지하철 2, 4, 7호선 이용 수요가 많은 대표적인 간선도로로, 원래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제가 시행되고 있었다.

시는 이 구간에 불법 주ㆍ정차 차량과 이면도로 진ㆍ출입구가 많아 가로변 버스차로제로는 노선버스의 원활한 운행에 한계가 있다며 중앙 버스전용차로제를 도입했다.

중앙차로 도입 후 이 구간이 차량정체가 극심한 `거북이 길'로 변한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지적된다.

먼저 사당사거리를 지난 버스가 가로변 정류장에 정차하고 나서 1차선 전용차로로 차선을 급변경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혼란이다.

교통체증으로 이미 꽉 막힌 도로에서 노선버스들이 대각선으로 이동하다 보니 차량이 얽혀 체증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마을버스와 가구단지 영업용 차량의 가로변 주ㆍ정차도 정체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3개의 일반차량용 차로 가운데 1개 차로를 불법 주ㆍ정차 차량이 점거하다 보니 실질적으로는 2개 차로만 남게 된다.

불법 주ㆍ정차로 인한 여파가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일 때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 같은 지적들에 서울시 관계자는 "일정 부분 정체의 원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지엽적인 문제"라며 "원래 교통량이 많던 지역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 발생하는 정체는 다른 중앙 버스전용차로 구간에서도 겪는 문제"라며 "한 달 정도 지나면 교통량이 분산되면서 통행패턴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신호조정, 노선버스의 차로 급변경 금지 교육, 야간 시간대 화물 적재 유도, 불법 주ㆍ정차 단속 등 각종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하지만 승용차나 영업용 차량으로 동작대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버스 전용차로제 도입의 취지를 일부 공감하면서도 만성 교통체증 해소를 위한 서울시의 뚜렷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앙 버스전용차로는 서울시내 주요 간선도로에 2004년부터 설치돼 현재 11개 도로축에서 87.4㎞가 운영되고 있다.

내년에는 공항로, 망우로, 통일ㆍ의주로, 왕산로, 헌릉로 등 5개 도로에 중앙 버스전용차로가 추가로 개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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