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충돌' 새뮤얼 헌팅턴 제자…"달콤한 독배 마셨다"
"내년 4월까지 신청사건 성공적으로 완결하겠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이영조(54)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신임 위원장은 내년 4월까지 "신청사건을 성공적으로 완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977년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이 신임 위원장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경희대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한나라당 지명 상임위원으로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근무했다.

그는 1984년부터 1990년까지 6년 동안 하버드대에서 '문명의 충돌' 저자로 유명한 새뮤얼 헌팅턴 교수의 지도 아래 박사 과정을 밟은 한국인 제자로 알려져 있다.

이 위원장은 2일 취임식을 마친 뒤 서울 중구 필동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진실화해위 활동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 위원장직을 맡게 됐다"며 "조직의 효율성을 높여 내년 4월24일까지 남은 신청 사건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어 "지금까지 신청사건 75% 이상을 처리한 것도 대단하다고 스스로 성과를 내세우는 분들도 있지만, 외부인들 눈에는 미흡하게 비칠 수 있다"며 "지금 속도라면 남은 5개월간 추가로 10%를 할 수 있다. 그러면 15%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조직 개편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역사적 의의를 지닌 과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답게 높은 사명감과 도덕성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며 "이런 임무를 수행하는 직원이라면 무사안일한 근무태도와 도덕적 해이는 배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위원회 업무는 조사활동 마무리에서 종합보고서 작성과 대외 홍보로 그 중심이 옮겨갈 것"이라며 "그에 상응해 조직도 몇 차례 개편될 것"이라고 했다.

2년 임기로 진실화해위를 이끌게 된 이 위원장은 취임 소감을 묻자 "영광스럽지만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피하려고 했다"며 "지금은 독이 있는 달콤한 술잔을 마셨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하버드대에서 헌팅턴 교수의 지도로 정치학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도 살리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훌륭한 학자와 함께 좋은 여건에서 공부한 게 지금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며 "대가와 공부하면서 스스로 선정 기준이 높아졌다.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훌륭한 멘토를 모시는 기회였다. 얼마나 위대했는지 피부로 느꼈고 영광의 기회를 얻었다"며 "(진실화해위) 일에 직접 보탬이 된다기보다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 합리적으로 의심을 안 받는 수준에서 공정하게 보고서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일각에서 제기된 보수성향의 인사라는 평가에 대해선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002년 민간단체인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의 사무총장을 맡기도 한 그는 "해당 단체는 중도 단체다. 이 단체가 보수단체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특정한 안경이나 프리즘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4년간 진실화해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철저하게 공정해지려고 애를 썼다"며 "내부는 동의할 것이다. 최소한 공정성에 대해선 바깥 분들도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만료 시기가 내년 4월에서 더 연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서는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통령께 보고하고 2년 내 위원회 의결에 따라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그 시점이 되면 혹시라도 조직 전환 기간이 필요할 수 있어 짧은 기간 양해를 구할 수도 있다"고 말해 일말의 여지를 남겨뒀다.

이 위원장은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신청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겠다"며 "소통 장치는 마련됐다. 의견도 묻고 지시도 하겠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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