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미 행정부가 러시아와의 불편한 긴장을 해소하고 양국 관계를 우호적인 방향으로 재설정하겠다는 입장이고 최근 몇 주 동안 마라톤 협상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는 5일 종료되는 START-1 후속협정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이안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말 워싱턴에서 브리핑을 통해 양측이 12월 말까지 합의문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해 5일 시한을 지키기 어렵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지난 7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 핵탄두와 발사 수단 감축 목표에 대한 초안에 서명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9월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동유럽 미사일 방어(MD) 계획을 철회할 때만 해도 낙관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스위스 제네바에서 비공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러 양 측은 대륙 간 탄도탄과 잠수함발사 미사일, 전략 폭격기 등과 같은 핵탄두 운반 수단의 감축 규모, 러시아 내 미사일 시설에 대한 미국의 감시 허용 여부 및 방식 등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증' 방식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는 것이 군축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러시아의 국방문제 분석가인 알렉산더 코노발로프는 AFP통신에 "협상은 기존 협정에서 검증 체계와 같은 조항을 확대하는 문제를 주로 논의해야 하지만, 러시아 군부는 그걸 원치 않는다"며 "우리 쪽에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는 세력과 새 협정을 원치 않는 세력이 함께 있는데, 어느 쪽이 이길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가장 예민한 주제는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580㎞ 떨어진 보트킨스크에 있는 러시아 최대의 미사일 제조공장에 대한 미국의 24시간 감시를 허용하는 문제라고 외신들은 보고 있다.
운송수단의 감축 규모에 대해서는 양측이 800개 이하로 줄이는 쪽으로 이견을 좁혀가고 있다고 최근 뉴욕 타임스 신문이 보도했다.
모스크바 소재 군사문제 전문가인 파벨 펠겐하우어는 AFP에 "만약 협정이 타결되지 않으면 핵 관련 상황보다는 정치적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며 "아무 진전 없이 오는 5일 시한을 넘기면, 오바마와 메드베데프 두 사람 모두에게 심각한 정치적 역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5일 만료되는 START-1은 구소련 붕괴 직전인 1991년 체결된 것으로, 전략핵무기를 대폭 감축하는 내용이다.
양국 정상은 지난 7월 모스크바 회담에서 새 협정 발효 후 7년 내에 양국의 핵탄두 수를 1천500~1천675 개로,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등의 발사수단도 500~1천100 개로 줄인다는 후속 협정 초안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mangels@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취재팀 evernews@evernews.co.kr
<저작권자 © 에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좋은땅출판사 ‘당구공은 없다’ 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