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국정 전념..아직 시간 충분..메드베데프와 관계좋다"
역대 최장 시간 국민과의 대화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3일 경제가 위기의 정점에서 벗어났다고 진단하면서 러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반(反) 위기 극복 정책의 성과가 크다고 자평했다.

푸틴 총리는 또 오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 여부와 관련해 지금은 국정에 전념해야 할 때라면서도 아직은 시간이 있고 출마를 생각해볼 것이라고 밝혀 차기 대선에 나설 생각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푸틴 총리는 이날 정오부터(현지시간) 국영 TV와 라디오, 인터넷 등을 통해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지난 1년 간 많은 기업을 방문하면서 경제 위기 여파를 직접 목격해 왔다"면서 "이제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났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년은 러시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최근 10년 간 가장 힘든 한 해였다"라면서 "그러나 우리는 이번 위기를 통해 러시아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다시 돌아볼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애초 예상보다 나아지고 있고 물가상승률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경제 위기와 잘 싸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1998년 경제 위기 당시 겪었던 무서운 결과들을 이번에는 피해갈 수 있었다"며 "10년 전 물가상승률이 84%였는데 지금은 9% 정도며 그때와 달리 은행 시스템도 잘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발생한 열차 테러 사건을 비롯한 러시아 국민에 대한 테러 위협에 관한 질문에 그는 "오래 전부터 테러와 싸우고 있지만 아직도 위험요소가 있다"면서 "러시아는 그 면적이 너무 커 테러를 사전에 막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 부처가 테러에 잘 대응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 탓에 그들이 한층 더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총리는 또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관련, "미국을 포함한 몇몇 나라들이 러시아의 WTO 가입에 훼방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3국과 공동으로 WTO 가입을 추진 중인데 미국 등은 시장에 대한 지나친 정부 간섭, 농업 부문 보조금 지급, 지적 재산권 보호 등 관련 법 개정 미흡 등을 이유로 러시아의 WTO 가입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그는 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묻는 말에 "우리는 같은 대학을 나왔고 같은 교수들에게서 교육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메드베데프와의 관계는 매우 좋고 그 때문에 효과적인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푸틴 집권 시절 정책을 비난하는 발언을 잇달아 하면서 푸틴과 선 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 없지 않았다.

더욱이 2012년 대선 출마에 대해 두 사람 모두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으면서 크렘린 내 정치권력 구도 향배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이날도 푸틴 총리는 "2012년 대선 출마를 생각해보겠다. 시간은 충분하다. 현재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히 일을 해내야 한다. 경제, 사회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난 후 대선에 대해 생각하겠다. 아직 2009년 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민과의 대화는 역대 최장 시간인 약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앞서 총리실은 전화와 인터넷, 우편 등을 통해 약 70만 개의 질문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hyunho@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취재팀  evernews@evernews.co.kr

<저작권자 © 에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