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산버블위험 Fed 책임 아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3일 미국은 현재 자산버블 상황이 아니지만 자산버블이 경제안정을 위협한다면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가 개최한 Fed 의장 재임 인준청문회에서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기부양 과정에서 쏟아부은 수조 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회수할 정책수단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의지도 있다고 밝혀 향후 인플레이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Fed는 지난주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처음으로 제로금리정책이 금융시장에서 과도한 투기를 부추길 소지가 있음을 시인한 바 있다.

◇버블 위협..통화.규제정책 동원
버냉키 의장은 자산버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규제가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필요시 통화정책 동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감독과 규제가 버블에 대처하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위협적이고 우려되는 상황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통화정책 수단 동원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하는 데 필요한 정책수단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전문가들은 Fed의 금리인상 단행 시점을 내년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버냉키 의장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로 표현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청문회에 앞서 배포한 서면증언 자료에서도 경기회복에 따라 초저금리 정책과 통화정책 철회에 대비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시장과 경제가 회복됨에 따라 특단의 경기부양책을 유연하게, 그리고 적기에 철회하기 위해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면서 "FOMC도 일자리 창출과 지속적인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출구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부양책 철회를 위한 적절한 시점과 속도 결정은 신중한 분석과 판단을 요구할 것"라며 출구전략을 매우 신중하게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 미국의 경제상황과 관련, 버냉키 의장은 대부분의 경제지표들을 보면 침체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실업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대부분의 지표는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하지만 경제가 예상처럼 완만한 성장을 지속해도 실업률은 당분간 높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이 해외 자산시장의 버블을 부추기고 있다는 중국 등에서 제기된 지적에 대해, 버냉키 의장은 Fed의 책임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미국에 버블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세계의 다른 지역의 투기적 버블을 방지할 책임이 미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Fed, 부동산 버블대처 오류 시인
버냉키 의장은 Fed가 이번 경제위기 진행과정에서 부동산 버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사실은 시인했지만 경제침체 극복과정에서 Fed의 강력한 대응조치로 금융위기가 더 심각한 경제적 재앙으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데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Fed의 대응조치들이 금융시장 여건의 중대한 개선과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경제가 지금처럼 반전을 시작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위기의 여파가 심각했지만 미 의회와 재무부, 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다른 국내외 경제정책 당국의 강력한 조치가 없었다면 그 결과는 더 뚜렷하게 악화됐을 것"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또 금융위기 재발 방지 등을 위해 강력한 금융규제개혁과 더불어 강력하고 효과적인 감독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지만 의회가 Fed의 통화정책에 관여하도록 해선 안된다며 현재와 같은 독립성을 유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거센 비판 불구 재임인준 무난할 듯
버냉키 의장은 재임 인준청문회 첫날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짐 버닝 상원의원은 "통화정책에서부터 규제, 소비자보호, 투명성, 독립성에 이르기까지 Fed 의장으로서 당신의 재임기는 실패였다"며 "인준을 중지시키고 인준 과정을 지연시킬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청문회에 앞서 버냉키 의장의 재임 인준 동의안 처리 유예를 요청하면서 미국 경제위기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Fed 의장이 되길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상원 본회의에서 버냉키 의장 재임인준 동의안 처리가 이뤄지려면 통상적 과반수인 51표보다 많은 60표가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은행위원장이 이날 청문회 인사말을 통해 버냉키 의장이 경제회복에 탁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아 인준 동의안 통과는 무난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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