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꾸짖는 아버지를 야구방망이로 때려 살해한 뒤, 4개월 동안 가족 몰래 집안에 사체를 유기한 20대 대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도 수원중부중부경찰서는 15일 이 같은 혐의로 김모(21·대학생)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6월 15일 오전 9시쯤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자신의 집 거실에서 집으로 배달된 상반기 학교 성적표 때문에 꾸짖는 아버지 김모(53·운전기사)씨를 야구방망이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버지를 살해한 지 2주 만에 형(25·대학생)이 중국 어학연수에서 다녀왔다. “아버지 어디 계시냐”고 형이 물었다. 동생 김씨는 “아버지가 집을 아주 나가면서 ‘안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신데다, 어머니에 대한 추억도 많고 바퀴벌레도 많으니 들어가지 말자”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형 역시 아버지에 대한 관심이 평소 없고, 사이가 좋지 않아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버지가 부엌에서 흉기를 들고 나와 ‘함께 죽자’며 야단을 쳤다”며 “충동적으로 야구방망이를 아버지의 얼굴과 몸에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야구방망이는 김씨 아버지가 집 구석에 방범용으로 두고 있던 물건이었다.
시신을 침낭에 넣어 양복커버로 감싼 다음 틈새를 접착테이프로 완전히 밀봉한 뒤 안방 거치식 옷걸이 밑에 놓고 카펫으로 덮고 안방 문틈도 테이프로 밀봉해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경찰에서 "아버지가 부엌에서 흉기를 들고 나와 '함께 죽자'며 심하게 야단을 쳐 홧김에 옆에 있던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고 말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아버지가 준 마이너스통장 카드를 이용해 범행 후 4개월여 동안 500만~600만원을 쓰며 학교에 다니는 등 태연히 생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형과 동생은 그동안 똑같이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용돈을 마련했다. 가출한 어머니가 틈틈이 보내준 돈도 생활비에 보탰다.
김씨는 어머니가 2년 전 가출한 뒤 아버지, 형(25)과 함께 생활해 왔고 범행 당시 형은 중국에 교환학생으로 연수를 가고 없었다.
형이 귀국한 6월 말 이후에는 "아버지가 집을 나갔는데 안방 문을 열지 말라고 했다"고 형을 속여 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의 범행은 2층에 사는 세입자의 전세기간이 끝나 계약자인 아버지가 없으면 가출인 신고를 해야 법정대리인 자격이 된다는 부동산업자의 말을 듣고 형이 14일 오후 9시께 경찰에 신고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4개월 전에 아버지가 가출했는데 뒤늦게 신고한 점을 수상히 여겨 집을 수색하던 중 테이프로 밀봉된 안방을 열고 들어가 시신을 발견하고 범행을 추궁해 김씨에게 범행을 자백받았다.
경찰은 “이웃들도 ‘냄새가 조금 난다’뿐이었지, 평소 김씨 집안과 교류가 없던 관계로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며 김씨 아버지의 사인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상준 기자 world@evernews.co.kr
<저작권자 © 에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 대통령, 총리·비서실장 인선에 깊어지는 고심…총선 수습 출발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