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안 감축행동 등록부 큰 환영받아"
기후 회의서 선진국-개도국 입장 조율.."회의 전망은 불투명"

(코펜하겐=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 정래권 기후변화대사는 10일 '감축행동 등록부'나 '탄소 크레디트' 등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모두 만족하게 하는 한국의 제안이 많은 나라로부터 큰 환영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 한국 협상 대표로 참석한 정 대사는 이날 벨라센터 회의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회의가 포괄적,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날 경우 포함되기 어렵겠지만 합의가 구체적인 내용까지 들어가면 한국의 제안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스위스, 멕시코 등 5개국이 참여하는 `환경건전성그룹(Environmental Integrity Group)'에서 합의가 이뤄졌고 선진국, 개도국 모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IG'는 20006년 제6차 당사국 총회 때 정 대사가 직접 구성을 주도한 UNFCCC내 그룹으로,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1991년 외교부 과학환경과장을 시작으로 환경심의관,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ESCAP) 환경국장을 거친 환경외교 전문가로 녹색성장에 관한 책을 내기도 한 정 대사는 지난해 5월 기후변화대사로 임명돼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외교를 이끌고 있다.

다음은 정 대사와 일문일답
-- EIG 그룹의 역할은.

▲ 2000년에 한국이 주도해 만들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논의하는 무대에는 개도국들의 모임인 '77그룹', 유럽연합(EU), 미국·일본.호주.캐나다.러시아 등의 '엄브렐러 그룹', 아프리카 그룹,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저개발국그룹(LDC) 등 다양한 파워 그룹들이 있다. 하지만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77그룹'에서 탈퇴한 한국은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시아 국가들은 입장이 달라 한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2000년 제6차 당사국 총회 때 EU 국가가 아니면서 엄브렐러 그룹에도 참여하지 않은 스위스, 그리고 '77그룹'에서 나온 멕시코에 제안해 EIG를 구성하게 됐으며 나중에 스위스가 모나코와 리히텐슈타인을 끌어들여 5개국으로 늘어났다.

비록 국가 수는 많지 않지만 전체 회의에서 그룹 대표로 발언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 EIG 그룹 회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성과가 있었나.

▲ 그룹 내에서 감축행동 등록부와 탄소 크레디트 도입을 공식 제안하기로 합의했다. 국제법적으로 감축 의무를 지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감축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점에서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싱가포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페루, 칠레 등 많은 나라가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현재 중국과 인도는 협상 전략 차원에서 입장을 유보하고 있으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재원 문제 등이 해결될 경우 찬성 입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한다.

-- 감축행동 등록부나 탄소 크레디트가 최종 합의문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나.

▲ 이번 회의가 포괄적,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날 경우 포함되기 어렵겠지만 합의가 구체적인 내용까지 들어가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관계없이 우리의 협상 목표는 이미 달성된 것으로 봐도 좋다. 202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를 기준으로 30% 줄이겠다는 우리의 자발적 계획에 대해 많은 선진국이 환영을 표시했는데, 이것은 우리의 비의무감축국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스스로 감축의무를 이행하겠다는 감축행동 등록부도 의무감축국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 하에 가능한 것으로 역시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 우리나라가 경제적 위상을 감안할 때 의무감축국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 우리나라에 대해 '선진개도국'이라는 지위를 부여해 감축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선진국, 개도국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기후변화에 얼마나 큰 책임이 있느냐는 게 핵심이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미국, EU, 일본과 같은 정도의 '역사적 책임'이 있지 않다.

-- 이번 총회의 전체적 전망은.

▲ 지금까지 상황으로는 불투명하다. 개략적인 합의문이라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치적 의지를 강조하면서 '내년까지 협의를 지속한다'는 식의 합의문이 나올까 걱정이다.

감축, 적응, 공유비전, 재원, 기술 등 5개 분야 합의의 골격을 토대로 하나의 합의문을 만들어야 하는데 각 분야에서 여전히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최종 합의문은 문안 작업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되고 하루 이틀 내에 문안 작업을 시작하지 못할 경우 성과없는 회의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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