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노동자들 한국 공장생활 연극으로 표현

(서울=연합뉴스) 최우정 기자 = "공장 사장님들이 이주민들에게 관심을 갖고 사람으로 대해 줬으면 좋겠어요. 이주민도 같은 인간입니다."

13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 경영관 소극장에서 열린 '2009 UN 세계 이주민의 날 한국대회'에서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이 연극을 선보였다.

이들은 한국의 작업현장에서 겪는 이주노동자들의 생활을 각각 좋은사장, 나쁜사장, 보통사장 편으로 구성해 하나의 이야기로 꾸미었다.

먼저 '나쁜 사장'이 이주노동자에게 "빨리빨리 안해? 조용히 하고 일이나 해"라 말하자 객석 곳곳에서 "맞아 맞아"란 얘기가 터져 나왔다.

이주민 관객들은 자신도 똑같은 상황을 겪는 듯 사실적인 연기에 박수를 치면서도 "저런 행동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사장'이 팔목에 붕대를 감은 이주민에게 다가가 "괜찮아요"라 하자 관객들 사이에선 "와~ 멋있다"며 자신들도 친절한 사장과 일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구공장에서 일하는 디랑크(27)씨는 "일이 힘든 건 참을만 하지만 우리를 무시하는 건 정말 견디기 힘들다"며 "작은 배려가 우리에겐 큰 힘"이라 말했다.

이날 연극은 한국인 사장들이 모여 이주민 노동자에게 좀 더 잘하자는 대화로 막을 내린다. 한국에 있는 모든 이주민들의 소망이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김세정(32.여)씨는 "연극을 보니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주민들이 한국에 기여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대우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극에 참여한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15명은 이날을 위해 지난 두달여간 매주 일요일마다 연습을 해왔다.

평소 가구.섬유.고무공장 등에서 일하는 이들의 근무시간은 월~토요일, 아침 7시~밤 10시.

쉴 수 있는 시간은 일요일 뿐이었지만 휴식을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연습에 참여했다.
한국에 온지 수년씩 되었음에도 공장의 '노동'에서 벗어나 다른 활동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무공장에서 일하는 와실(28)씨는 "몸은 힘들지만 연습이 너무 재밌었다"며 "이주민 행사에 내가 직접 참여해 연극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연극을 총지휘한 자나카(39)씨는 "우리의 연극을 통해 이주민들의 인권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세계 이주민의 날은 이주노동자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고 이들이 사회에 미치는 기여를 인정하기 위해 2000년 12월18일 제정된 이후 매년 기념 행사가 열리고 있다.

friendship@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취재팀  evernews@evernews.co.kr

<저작권자 © 에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