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재밌는 게 이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순수미술을 추구해 사람과 격리되기보다는, 쫓아가 섞이고 곁에 있고 싶어요."
네이버 인기 웹툰 '실질객관동화'의 작가인 '무적핑크'의 정체가 작년 서울대 특기자 전형에 합격한 유명 블로거 변지민(20·여·디자인학부 09)씨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실질객관동화는 '99%의 허구에 1% 사실을 보태는 순간 동심의 세계는 발작을 일으킨다'는 주제로 전래동화와 만화, 소설 등을 독특한 방식으로 패러디해 재해석한 작품.
예컨대 백설공주편의 교훈은 '사과는 깎아 먹자', 미소녀전사 세일러문편에서는 주인공들이 '남들 과외할 때 요술봉 휘두르니 성적이 너무 안 나온다'며 대학 특차지원 자격을 요구하는 식이다.
변씨는 14일 "동화의 내용을 한껏 비틀지만 권선징악이란 본바탕을 긍정하기에 비관적인 현실을 풍자하면서도 긍정적인 뭔가를 도출하는 것이 실질객관동화의 목표"라고 말했다.
원래 변씨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하며,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작품들로 UCC(사용자제작컨텐츠) 공모전에서 40여 차례나 수상한 유명 블로거다.
특히 양딸을 공주로 키우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프린세스메이커'를 패러디해 입시 위주의 한국 교육을 꼬집은 '고3 메이커'란 작품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각종 문화 콘텐츠를 소비만 하지 않고 생산하는 처지에 서보고 싶어 블로그 활동의 하나로 작년 말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만화 쪽이 더 커져 버렸다는 게 변씨의 설명이다.
올해 초에는 고교 시절 블로그에 쓴 입시 관련 내용을 모은 '고3 생존비기'란 책을 펴냈고, 2009학년도 서울대 수시 특기자 전형을 통해 재수에 성공하면서 '블로그로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으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변씨는 "중학교 때부터 블로그와 각종 UCC 공모전,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 등에 열중하며 학원도 안 다니는 등 다른 학부모들이 혀를 찰 행동만 골라 했지만 진로에 확신이 있었고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첫해 입시에서는 여러 사정으로 서울대 입학에 실패했고 잠시나마 '내가 틀렸나'며 다소 방황했단다. 하지만 이듬해 서울대에 합격하면서 입시생도 재밌게 살아도 된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해 보인게 가장 기뻤다고 한다.
변씨는 "처음 만화를 그릴 때 모험은 실컷 하되 인기가 있어도 질질 끌지는 않겠다고 독자들과 약속했다. 3~4학년 때쯤 완결한 뒤에는 지금은 미약한 수준인 콘텐츠 산업의 사회적 영향력을 보다 강화하는 실험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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