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인형 대신 신발.안경 등 생필품 요구

미국 시카고 외곽의 쇼핑몰에서 성탄절 때마다 산타클로스로 일해온 로드 리머스머(56)씨는 아이들에게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성탄절 선물로 양말이나 받게 될 것이라고 농담처럼 얘기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농담을 할 수 없게 됐다. 너무나 많은 아이가 선물로 양말을 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 아이들이 '애들 옷을 사줄 돈이 있으면 좋겠다'는 부모들의 말을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성탄절이 다가오면서 산타들도 경기침체의 어려운 상황을 느끼고 있다며 어린이들이 실직한 아빠의 일자리에서부터 운동화, 안경 등 생필품까지 선물로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요구하는 선물은 대개 게임기나 MP3, 노트북 등이었지만, 경기가 어려워지자 기본적인 생필품을 달라는 요청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산타의 고향으로 알려져 전 세계 어린이들이 산타에게 보내는 카드가 도착하는 미 알래스카의 북극에서도 경기침체의 여파는 어김없이 느낄 수 있다.

이곳 관계자는 주택시장의 위기가 닥쳤을 때는 "우리 집에서 계속 살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내용의 편지가 많았다면서 올해는 일자리와 관련된 내용이 많다고 전했다.

미국 뉴올리언스 지역에서 산타로 일하는 켈리 크래스(67)는 한 호텔 행사에서 7살짜리 소년이 신발을 요구하기에 "에어 조던 운동화를 갖고 싶냐?"고 물었다가 "지금 신발이 구멍이 나서 그러니 그냥 평범한 신발이면 된다"는 대답을 듣고 당혹했었다고 전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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