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아무것도 몰라 너무 답답하고 외로웠습니다. 그런데 목표가 생기니 저도 모르게 다른 사람이 되더군요. 어차피 한 번뿐인 삶 행복하게 살자고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지체장애 1급 고석찬(21) 씨는 최근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으로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에 합격했다. 공부를 다시 해 대학에 가기로 마음먹은 지 2년 만이다.

고씨는 고교에 막 입학한 2004년 3월 척수염 수술을 받던 중 하반신이 마비됐다. 수술을 받으려고 입원한 병원에 2년 넘게 누워 있어야 했다.

태권도와 축구 등 격한 운동을 좋아하던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퇴원을 하고서는 사람을 만나기 싫어 집에서 컴퓨터 게임만 했다.

그러던 2006년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자신과 비슷한 장애를 갖고서도 혼자 힘으로 일하며 생활하는 장애인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고향인 전북 군산에 가족을 두고 서울의 한 재활원에서 '혼자 사는 법'을 익혔다. 시간에 맞춰 대소변을 가리고 휠체어를 타고 내리는 법을 배웠다. 운전면허를 따고 장애인 인권 교육도 받았다.

자립 훈련을 마쳤다고 생각한 그는 2007년 가을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대학에 가서 좀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다. 온종일 자신을 돌보려는 부모에게 미안해 집을 따로 얻었다.

자퇴했던 고등학교에 다시 입학했지만 한 달 만에 그만뒀다.

"계단이 너무 많고 화장실에 한번 가려고 해도 친구 두세 명이 도와야 했어요. 온몸에 힘이 다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문제집과 인터넷 강의로 독학한 그는 고졸 검정고시에 두 번 도전한 끝에 합격했다. 컴퓨터 모니터에 교수 사진을 띄워놓고 석 달 동안 면접 준비에만 매달렸다.

고씨는 "꿈에 그리던 대학 합격 소식을 듣고서는 믿을 수 없어 실제로 볼을 꼬집어봤다"라고 했다.

각종 애니메이션은 지루하고 외로운 수험 생활에서 유일한 친구였다. 자료를 모아놓으려 만든 인터넷 블로그는 어느새 1천명 넘는 '이웃'을 거느린 파워블로그가 됐고 장애가 있는 것을 안 이웃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자신만의 세계를 그린 콘텐츠를 개발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으로 상품화하는 기획자가 되는 게 꿈이라는 그는 "대학에 가면 가장 먼저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고 문화산업이 발달한 외국에서도 공부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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