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제로도시 건설현장 활기
루브르 분관 건설 등 문화.환경 집중투자
막대한 자금력, 청사진을 현실로

2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마스다르시티 건설현장.

30m 높이의 타워크레인 수십 개가 건설 자재를 옮기느라 분주하게 움직였고, 현장 입구에는 레미콘 차량 여러 대가 급히 달려온 숨결을 고르며 줄지어 서 있었다.

공사현장 한쪽에 30도 각도로 세워져 있는 태양열 집광판 수만 개는 거대한 푸른 물결 모양을 띠며 흙빛 현장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아부다비 국제공항 바로 옆에 건설 중인 마스다르시티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도록 설계된 `탄소제로 도시'다.

도시 내 전력은 태양열 발전과 풍력 발전 시스템을 통해 충당되며 석유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운행은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대신 태양광 전기로 충전되는 캡슐형 무인 전동차 3천대가 교통수단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UAE 수도 아부다비 정부는 총 220억달러를 들여 2016년까지 1천500개 기업이 입주하고 5만여명이 거주할 수 있는 마스다르시티를 완공할 예정이다. 지난해 2월 착공된 마스다르시티의 면적은 여의도의 4분의 3 크기인 6.5㎢.

마스다르시티 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아부다비 미래에너지기업(ADFEC)'의 홍보담당 오마르 자프라니는 "마스다르는 온실가스, 쓰레기, 자동차가 없는 3무(無) 도시로, 친환경 미래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을 포함한 한국 컨소시엄의 UAE 최초 원전사업 수주를 계기로 UAE 수도 아부다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랍권 최초의 원자력발전소가 될 UAE 원전은 2017년 첫 가동을 목표로 건설될 예정으로, 사업비만 410억달러에 달한다. 한국으로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수주액이다.

아부다비 정부는 UAE 연방예산의 70%를 부담하는데다 아부다비 통치자가 대통령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UAE를 구성하고 있는 7개 지방정부 중 맏형으로 통한다.

160만명 인구의 아부다비는 세계 3위 석유 생산국인 UAE에서 전체 석유 매장량의 95%를 차지하고 있어 막대한 부를 자랑한다. 현재 운용 중인 국부펀드 규모만 6천억∼7천억달러에 이른다.

아부다비는 차입자본에 의존해 도시를 건설한 두바이와는 달리 두둑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환경, 문화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장기 발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마스다르시티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사디야트 섬에서는 루브르박물관과 구겐하임박물관 중동분관, 자이드국립박물관, 해양박물관 건설 공사가 2013∼2014년 완공을 목표로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사막의 루브르(Desert Louvre)'라는 이름의 루브르 중동분관은 연면적 2만4천㎡ 규모로 2013년 문을 열 예정이다. 프랑스 유명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루브르 중동분관은 아랍 전통 양식의 수려한 돔 형태를 띠게 된다.

아부다비 정부는 30년간 루브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 사용권을 부여받고 루브르박물관의 작품 수백점을 6개월에서 2년간 대여하는 조건으로 4억유로(한화 7천52억원)를 루브르박물관 측에 지불키로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5월 아부다비의 에미리트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착공 기념식에 직접 참석하는 등 루브르 중동분관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아부다비 정부는 4개 박물관 외에도 2018년까지 모두 270억달러를 들여 5성급 호텔 29개와 골프장 2개를 건설, 사디야트를 UAE의 문화와 관광 중심지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에미리트팰리스 호텔 내 사디야트 섬 홍보관에서 근무하는 헬렌 오스터버그는 "사디야트는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매력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라며 "아부다비의 막대한 재정 덕분에 글로벌 금융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실내 테마파크인 페라리월드도 내년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페라리의 차체를 형상화한 테마파크의 빨간색 지붕에는 66m의 페라리 엠블럼이 새겨져 당장에라도 시동이 걸려 질주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속 200km로 질주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롤러코스터의 트랙 설치공사도 마무리된 상태다. 최고 높이 62m, 총 길이 2천m의 이 롤러코스터는 실제 페라리 F1 경주용 차를 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부다비 동쪽 끝 야스 아일랜드에 자리 잡은 페라리월드는 연면적 20만㎡ 규모로 20여개의 놀이기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아부다비의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들은 석유 고갈 이후를 대비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는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바이의 확장 일변도의 개발 정책에 우려 섞인 눈길을 보내온 아부다비는 장기발전계획인 `아부다비 2030 플랜'을 2007년 발표했다. 앞서 소개한 마스다르, 사디야트 개발 등 상위 10대 개발 프로젝트 사업비만 2천80억달러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으로 세계 강국들조차 신용 경색으로 시름에 잠겨있을 때 아부다비 정부는 올해 3차례에 걸쳐 두바이에 250억달러를 지원하는 등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했다.

아부다비의 청사진이 계획으로만 그치지 않고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것도 이런 자금 동원 능력 때문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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