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호랑이만 1만점 '호랑이 화백' 이목일

"내년 초 예술의 전당에서 그동안 그린 호랑이 그림을 모아 전시회를 열고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선전을 기원하며 호랑이 그림 한 점씩 선물할 생각입니다"

호랑이 1만마리를 그려 호랑이 화가로 불리는 이목일(58)화백은 '경인년(庚寅年)' 새해가 남다르다. 약간 우스꽝스럽지만, 기백과 혼이 잘 담긴 호랑이를 그린 지 7년, 첫 '호랑이해'를 맞기 때문이다.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작업실에서 만난 이 화백은 자신이 호랑이를 그리게 된 사연과 새해 소망을 담담하게 설명해 나갔다.

이 화백이 호랑이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봄. 교외선(신촌∼의정부)이 내려다보이는 고양시 원당역 인근 마을회관을 빌려 작품활동을 하던 그는 어느 날 밤 집으로 돌아가다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호랑이가 눈을 부라리며 달려오는 것으로 착각해 놀라 넘어진 뒤부터였다.

마침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있던 터라 한국 축구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민족의 혼을 상징하는 호랑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3년간 무려 1만마리의 호랑이를 그림으로 탄생시켰다.

그의 호랑이는 전통적인 모습보다는 단순한 붓 터치로 재미있고 친근하게 표현한, 아주 서민적인 모양이다.

백두산과 천지를 품에 안은 백두산 호랑이부터 지리산 호랑이, 인왕산 호랑이, 웃는 호랑이, 달빛 아래 포효하는 호랑이 등 자연과 어우러진 다양한 호랑이를 그려냈다.

그는 "처음 500마리를 그릴 때는 털까지 상세하게 그려 시간이 꽤 걸렸는데 차차 털이 없어지고 단순해졌다. 또 7천마리를 그리니까 물방울만 봐도 호랑이가 되더니 1만마리를 그리니 호랑이 혼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한인 미주 이민 100년을 기념해 뉴욕에서 호랑이 1만마리 전시회를 가져 미국 언론에 소개됐다. 특히 2004년 미 프로골퍼 타이거 우즈가 그의 호랑이 판화 작품 12점을 사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그는 "호랑이를 그릴 때 가장 어려운 게 눈"이라며 "영물인 호랑이의 혼과 기백을 표현해야 하는데 눈의 모양에 따라 다양한 모습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1월29일∼2월12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그동안 그린 호랑이 그림을 모아 기획 초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호랑이를 그리고 나니 우리에 갇혔던 동물이 풀려난 것처럼 해방된 기분이었다"며 "호랑이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호랑이해'인 2010년에는 호랑이의 웅대한 기상과 혼이 모든 시민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