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우수 국선변호인 함종길 변호사

"국선변호를 맡은 피고인이 어려워하지 않도록 편하게 대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려고 노력한 것을 좋게 평가해 주신 것 같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이 우수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한 함종길(43ㆍ사시43회) 변호사는 28일 "다른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상까지 받게 돼 부끄럽다"며 쑥스러운 듯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함 변호사는 199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문화관광부 등에서 근무하다 1999년 그만두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05년부터 자신의 법률사무소 일 외에 국선변호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공익활동을 하고 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5년째 계속 하게 됐다"며 "지난해 100여건의 국선변호 사건을 담당해 변호사사무실을 통해 맡은 사건보다 더 많다"고 말하며 웃었다.

함 변호사가 오랜 기간 수많은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을 맡으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죄가 없다고 판단했던 피고인이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라고 한다.

그는 다만 "항상 그런 결과를 얻을 수는 없기에 피고인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도와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함 변호사는 또 그동안 맡은 국선변호 사건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위장결혼으로 입국했다가 남편과 진정한 사랑에 빠지게 돼 실제 부부로 생활하고자 했던 중국인 여성 사건을 들었다.

"2007년 당시 위장결혼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결국 중국으로 추방됐는데 그 이후 다른 취지의 1, 2심 판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당시 남편과 같이 살고 싶다고 울던 모습이 떠올라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함 변호사는 반면 국선변호 중 어려웠던 상황으로 피고인이 변호인을 믿지 못하거나, 나아가 거짓말을 할 때를 꼽았다.

"피고인이 `범행을 안 저질렀다'고 강하게 주장해 그에 맞춰 변론을 진행해 왔는데 막상 피해자가 증인으로 나오자 그제서야 모든 혐의를 인정한 경우가 있었다"며 "이럴 때에는 그때까지 변론이 전부 무의미하게 돼버려 당황스러웠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함 변호사는 "국선변호인으로서 사기ㆍ강절도ㆍ폭력ㆍ살인 등 여러 범죄와 관련된 피고인을 만나며 다양한 삶의 모습을 이해하고 이해대립을 완화시킬 수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며 내년에도 국선변호 활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209명의 국선변호인 가운데 함 변호사 등 8명을 우수 국선변호인으로 선정해 이날 오후 2시 시상한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