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무혐의 의견을 냈던 전남 나주세무서 전 직원 김동일(48)씨를 검찰이 기소해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잠잠해졌던 이번 사건에 대한 논란이 검찰의 기소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엇갈린 판단을 내놓은 검.경의 자존심 대결은 물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을 중심으로 한 `막강 진용' 변호인단과 검찰의 법정 공방도 관심을 끌게 됐다.

민변 광주.전남지부 회원 17명 전원과 서울 지역 변호사 6명 등 변호사 23명은 김씨를 위해 무료 변론에 나섰다.

그동안 교수 등 부당해임, 시국사건과 관련해 몇 명씩 변호사를 배당하기는 해왔지만, 회원 전체가 한 사건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들은 김씨를 파면한 국세청의 조치가 정당했는지에 대한 소청심사와 이후 행정재판, 정보통신망이용및촉진에관한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형사재판, 언론.시민단체를 상대로 한 여론 조성 등 업무영역을 3개로 나눠 `조직적으로' 김씨를 돕기로 했다.

애초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한 경찰과 혐의를 인정한 검찰 가운데 법원이 어느쪽의 법리해석에 손을 들어줄지도 관심거리다.

경찰은 "한상률 전 청장의 소재를 알 수 없어 피해 사실을 입증할 만한 진술을 듣기 어렵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피해상황도 모호해 처벌근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의견을 냈다.

그러나 애초 광주지방국세청의 고소를 접수하고도 경찰에 조사를 맡겼던 검찰은 이 사건을 넘겨받은 뒤 경찰의 판단을 뒤집었다.

국세청 조직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는 경찰과 같이 인정하지 않았지만 한 전 청장 개인의 명예는 훼손한 것으로 봤다.

명예훼손은 모욕과 달리 친고죄가 아니어서 한 전 청장의 피해진술 없이도 `국세청을 위기에 빠뜨렸다', `쓰레기' 등 표현으로 한 전 청장을 비방한 게시물만으로 기소 근거가 충분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또 사건의 한쪽 당사자인 한 전 청장을 두고도 검찰과 경찰이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는 점도 법원이 어느쪽의 손을 들어줄 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와관련 기소된 김씨는 "미국에 체류 중인 한 전 청장을 두고 경찰은 무혐의 결정의 근거로 삼았는데 검찰은 처벌을 면하려면 한 전 청장을 찾아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확인하도록 했다"며 "검.경 가운데 어느 쪽의 판단이 옳았는지 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취재팀  evernews@evernews.co.kr

<저작권자 © 에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