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겨울 아침마다 얼어 터진 수도계량기와 힘겨운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한파의 또 다른 대명사인 '수도계량기 동파' 현장을 30년째 지키며 강추위 때마다 몸과 마음이 바빠지는 공무원이 있다.
춘천시 생활민원처리사업소 소속 박학선(55.7급) 씨는 오랜만에 찾아온 한파 탓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몹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파가 몰아친 새해 벽두부터 지난 11일까지 춘천지역에서 접수된 129건의 동파 수도계량기 교체작업이 그와 그의 팀원들이 처리해야 할 몫이기 때문. 이는 지난해 1월 한 달간 163건의 수도계량기 동파 건수에 비해 급증한 수치다.
출근 전부터 쇄도하는 '여기 터지고 저기도 터졌다'는 긴급 민원전화 탓에 박 씨는 곧잘 수도관 동파 신고를 전쟁터에 비유한다.
1980년 11월 춘천시청 수도과 고용원으로 입사한 그는 꼬박 30년째 수도 공무원으로서 매년 겨울 수도계량기 동파 현장과 한바탕 사투를 벌인 셈이다.
초임시절 엄동설한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수도계량기 동파 현장을 찾아다닌 것이 아득하기만 하다고 회상했다.
지난 30년간 산전수전 겪으며 도내에서 수도계량기 동파 업무의 '달인'(?)로 자리매김한 그도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리던 그해 겨울을 아직 잊지 못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영하 20도를 웃도는 한파가 보름간 계속된 그해 1월에는 하루 평균 300개가 넘는 수도계량기가 얼어 터져 온 동네가 아우성이었다.
그 후 8년 만에 찾아온 혹한에 박 씨는 아침마다 자신의 승용차에 3~4개 가량의 교체용 수도계량기를 싣고 다니며 동파 신고가 접수된 곳으로 출근한다.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파가 몰아치면 수도계량기부터 터져나가는 것이 다반사여서 한파가 예보되면 덜컥 겁부터 난다"며 "과거와 달라진 것은 이동수단이 자전거에서 차량으로 바뀌었을 뿐 부주의로 인한 동파사고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파 때마다 난리법석을 떠는 수도계량기 동파 사고의 경우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 씨는 "수도계량기가 동파되면 교체비용과 수도관 해빙 작업까지 줄잡아 십여만원의 비용이 지출되는데 대부분 주거환경이 열악한 서민 가정에서 동파사고가 잦아 마음이 아프다"며 "수도계량기는 영하 13도 이하 기온에서 동파되는 만큼 스티로폼 등 보온재와 헌 옷을 이용해 감싸 주기만 해도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춘천지역에서 발생하는 동파사고로 교체되는 수도계량기는 연간 1천여 개로 대략 3천만~4천만원 상당의 예산이 든다"며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각자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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