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지만 생전 처음 눈(雪)이 정말 신기하고 스노보드를 타는 것도 재미있어요."

21∼30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리고 있는 '2010 드림 프로그램'에 참가한 카리브해에 위치한 열대의 나라 세인트루시아(Saint Lucia)에서 온 2명의 중학생이 24일 추위도 잊은 채 은빛 설원에서 스노보드 배우기에 열중이다.

드림 프로그램은 눈을 구경하지 못하거나 기반시설이 취약해 동계스포츠를 경험할 수 없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의 청소년들을 초청해 스키, 스노보드, 스케이트, 컬링, 아이스하키 등을 경험하도록 하는 강원도가 주최하는 국제 행사다.

이번 드림 프로그램에는 세인트루시아 외에도 UAE와 오만 등 3개국이 처음으로 참가했다.

최근 대지진이 발생한 아이티 인근에 위치하고 전체 인구가 20만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나라 세인트루시아에서 온 카심 비탈리스(13.중2)와 카마티 다니엘(14.중3) 군은 이번 드림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눈을 처음 본 것은 물론 견디기 어려운 혹한의 추위도 처음 경험했다.

이들이 스노보드를 배우는 대관령은 추위의 대명사로 영하 10도 이하는 기본이고 가슴속까지 파고드는 바람도 장난이 아니다.

다니엘 군은 "눈과 추위, 스노보드 모두 처음 보거나 경험하는 것인데 춥기는 하지만 신나고 재미가 있어서 추운 것을 잊게 되고 그래서 견딜 만 하다"며 "빨리 배워 스노보드를 타고 눈 위를 질주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 국가에서 온 많은 또래의 청소년들을 사귀는 것도 스노보드를 배우는 것만큼 정말 좋다"며 "방을 함께 쓰는 콜롬비아 친구와는 선물도 교환하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느라 잠이 부족할 정도"라고 즐거워했다.

육상 트랙 선수인 그는 이어 "열심히 스노보드를 배워 고국으로 돌아가면 스케이트 보드를 타면서 한국의 스키장에서 강추위 속에 배운 스노보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경사진 슬로프를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등 점차 늘어가는 스노보드 실력에 흐뭇해하기도 했다.

비탈리스 군은 스노보드를 처음 배운 23일 영하 10도 이하의 혹한이 몰아치자 자원봉사자의 장갑을 빌려 끼는 등 추위를 견디려고 했지만 결국 손이 얼어 포기, 숙소로 향했지만 중무장하고 다시 스노보드 위에 오르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이클 선수이기도 한 그는 이국의 겨울 정취에 흠뻑 빠져 "얼굴만 아니면 이제 추운 것도 견딜 만 하다"며 "많은 눈이 있는 것도 그렇고 스노보드 배우는 것도 정말 신나고 재미있어 맘껏 겨울을 만끽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온 실브린 스미스(13) 양은 강릉 빙상장에서 스케이트를 배우고 있다.

이들을 인솔하고 지도자 자격으로 온 세인트루시아의 교민 전춘영(21.현지 교사) 씨는 "우리 가족이 세인트루시아의 유일한 교민인데, 드림 프로그램을 통해 열대의 청소년들에게 눈을 보여 주고 동계 스포츠를 경험하는 기회를 줘 고맙다"라고 말했다.

전 씨는 "이 친구들이 처음에는 강추위에 어려움이 많았는데도 한국의 겨울을 정말 좋아하고 있고 스노보드와 스케이트를 배우는데도 열정을 보여 기쁘다"며 "동계 스포츠 확산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강원도의 열망을 세계에 전파하는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는 드림 프로그램은 이번이 7회째로 세계 29개국, 114명의 청소년이 참가해 평창과 강릉에서 설상 종목과 빙상종목을 체험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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