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 깊은 바닷속 생물들>

인간에 의해 밝혀진 생물은 지금까지 육해공을 통틀어 140만여 종이다. 이만하면 웬만한 생물은 모두 발견된 셈인 것 같지만 깊은 바닷속은 아직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지난 25년간 심해에서는 평균 2주에 한 번꼴로 새로운 종의 생물이 발견됐고,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종이 1천만-3천만 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프랑스의 자연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저널리스트인 클레르 누비앙은 미국 몬터레이만 수족관에서 아름다운 심해 생물들을 보고 나서 해저 세계에 빠져들었다.

실제로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동물인데도 흡혈귀처럼 생긴 탓에 '흡혈오징어(학명 Vampyroteuthis infernalis)'라는 이름을 얻은 동물, 커다란 턱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져 해골처럼 보이는 '귀신고기(Anoplogaster cornuta)', 푸르게 빛나는 심해 해파리의 모습에 매혹된 그는 잠수정을 타고 직접 바닷속으로 들어가기까지 했다.

세계 곳곳에서 5천500여 장의 심해 사진을 수집한 그는 이들 가운데 220장을 선별해 '심해'(궁리 펴냄)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다.

저자가 이 책의 출간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이들 생물의 이름과 크기, 사는 수심(水深) 등이 기록된 정보는 거의 없었다. 저자는 전 세계 해양연구소와 대학교를 누비며 어렵게 자료를 수집한 끝에 과학자들이 참고문헌으로 사용할 정도로 완성도 있는 책을 펴낼 수 있었다.

사진 자료 외에도 저자는 '고래의 죽음은 심해저 생명의 시작', '심해 동물은 살아 있는 화석인가' 등 심해 생물들과 관련된 연구자들의 글과 자신이 직접 쓴 에세이를 함께 실었다.

이 책에 실린 심해 생물들은 아직 학계의 연구 결과가 거의 없는 종도 있고 한국어 이름(속명)도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출판사와 번역자는 영어 명칭과 프랑스어 명칭을 참고해 한국어 속명을 하나하나 지어냈다. 책 끝에는 심해생물 관련 용어설명과 '숫자로 본 심해' 등 자료가 수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