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티시즘은 억울하다. 왜냐면 예술을 빙자하지 않으면 결국 포르노로 전락하고 비난받기 때문이다. 똑같이 인간의 욕망을 다루지만 예술이란 참 그럴듯한 방패다.

최근 캐나다의 한 패션사이트 특집화보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또다시 음란논쟁이 번졌다. ‘부티크 센스’라는 웹사이트는 섹시한 미녀모델과 함께 몸집이 거대한 개를 등장시켰다.

개 한 마리 등장하는 것이 무슨 대수일까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개와 패션모델이 커플(?)로 나오는 이 패션화보의 사진은 한눈에 보기에도 불편할 정도다.

이유는 바로 ‘수간’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수간이란 말 그대로 동물과 인간의 성행위를 지칭한다.

사람만 한 몸짓을 가진 수컷 개와 섹시모델이 취한 포즈는 누가 봐도 성행위 직전의 욕망을 묘사하고 있다. 초미니 원피스를 입은 모델은 바닥에 누워 한쪽 다리를 허공을 향해 들고 오르가슴에 빠진 표정이다.

이때 개는 혓바닥을 허벅지를 향해 늘어뜨리고 머리는 은밀한 곳을 향해 있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개의 성기가 그대로 드러난 상태에서 포옹하듯 마주하고 있다. 개는 모델의 얼굴을 핥기도 하고 한쪽 팔목을 입으로 물고 유혹하기도 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장면에서 모델의 표정이 에로틱하다는 것이다.


문제의 패션화보를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썰렁 그 자체다. ‘이것은 패션화보가 아니라 수간화보’라면서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진은 웹사이트에 버젓이 계속 공개되고 있다. 아마도 패션 그리고 예술이라는 방패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아동성애, 수간, 근친상간은 포르노업계의 오랜 금기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패션의 모험심이 수간의 금기까지 깨버리는 이 현실의 모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 이명구 스포츠서울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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